국제기구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침투 실상(상)

허젠(何堅)
2018년 10월 13일 오후 4:04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오후 12:25

10월 4일 중공이 국제 여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같은 날 정오 워싱턴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연설문을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미국에 대한 중공의 침투를 폭로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미국과 멀리 떨어진 프랑스 파리에서 인터폴(Interpol 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 부인이 남편의 실종을 신고했다. 이로써 전 세계는 국제사회, 특히 국제기구에 대한 중공의 침투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터폴 총재 겸 공안부 부부장인 멍홍웨이(孟宏偉)는 평생 중공을 대신해 범인을 잡아왔지만, 현재 중공에 속아 귀국한 뒤 체포됐다. 오늘날 중공 버전의 ‘청군입옹(請君入甕)’인 셈이다. ‘청군입옹’이란 당(唐)나라의 혹리(酷吏) 내준신(來俊臣)이 주흥(周興)을 심문한 고사에서 유래한 성어로 반발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주흥이 제시한 방법에 자신이 걸려든 상황을 비유한다.

중공이 인터폴 총재를 체포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법률과 국제적인 협의사항에 대한 중공의 태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 참여하는 중공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경계를 유도하고 있다.

중공을 대신해 해외 범죄자 잡는다고 비난받는 인터폴

1923년 설립된 인터폴은 UN에 버금가는 세계 제2대 국제기구로 회원국이 192개에 달한다. 이 기구는 주로 테러활동 조사를 책임지고 있으며 그 외에도 범죄 조직, 마약, 무기 밀수, 밀입국, 돈세탁, 아동 성폭행, 과학기술 범죄 및 부정부패 등 심각한 해외 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팀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법률 집행권은 갖지 않는다.

수년간 인터폴은 줄곧 중공과 같이 인권과 법치를 존중하지 않는 일부 정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2016년 멍홍웨이는 중공의 추천으로 인터폴의 총재 자리에 오르자 그런 의심은 더욱 증폭됐다. 작년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인터폴이 멍홍웨이의 지도하에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제사회는 주로 인터폴 ‘적색수배(Red Notice)’ 남용을 우려했다. ‘적색수배’란 인터폴의 다섯 가지 수배 유형 중 가장 높은 단계로,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를 체포하고 송환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적색수배’는 지명 수배령과는 다르다.

중공은 줄곧 ‘적색수배’를 ‘적색 지명 수배령’으로 확대해서 쓰고 있으며 이를 중국에 전파해 국제형사기구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미국의 소리(VOA)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 번(George Burn) 영국 변호사는 집중적으로 ‘적색 수배’를 내린 국가는 주로 중국, 이란 등 ‘형사 민법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추방된 웨이징성(魏京生) 비평가는 올해 5월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과거 중공의 ‘적색수배’ 리스트에 포함된 적이 있으며, 그 후 많은 중국인이 인터폴 때문에 번거로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웨이징성은 수년간 인터폴이 중공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작년에는 인터폴이 매년 중공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폴 사이트에 따르면 2017년 회비 중 중공이 납부한 금액은 전체의 3.74%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작년 인터폴의 회비 수입은 고작 5,400만 유로였지만, 그 해 총경비는 무려 1억 4200만 유로로, 회비가 총경비의 38%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인터폴이 주로 공개되지 않은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중공이 인터폴에 거액의 금액을 기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기밀이지만, 중공이 인터폴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랴오진룽(廖進榮) 중공 공안부 국제협력국 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매년 인터폴을 통해 200여 명에 달하는 ‘적색수배’를 내리고 있으며 외국 경찰과 합동조사를 한 사건이 약 3,00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4년에 중공은 부패 관료를 체포한다는 이유로 인터폴을 통해 100여 명에게 ‘적색수배’를 내렸다. 2015년 인터폴을 중공을 대신해 423명에게 ‘적색수배’를 내렸다.

2016년 멍홍웨이가 인터폴 총재를 위임한 후 해당 기구는 중공의 ‘해외 수배범 체포’에 적극 협조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혐의자에게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중공 공안부에 따르면 2015년 857명, 2016년엔 951명의 해외 도주 수배범을 체포했으며, 2017년 ‘해외 수배범 체포’를 5년간 진행한 결과 총 3317명을 체포했다.

‘적색수배’ 절반 이상이 규정 위반

사실상 모든 회원국은 ‘적색수배’를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개 여부는 적색수배를 내린 국가의 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인터폴이 얼마나 많은 적색수배를 내렸는지 알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인터폴 홈페이지에 공개된 ‘적색수배’ 명단은 수배령을 내린 국가가 공개한 것으로, 전체 중 일부분일 뿐이다. 공개하지 않은 명단이라고 해서 ‘적색수배’를 내리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터폴 비서실이 절차상으로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하면 요청에 따라 적색수배령을 내린다.

인터폴의 수배령 허가 절차에 따르면 “해당 기구의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 또는 인종 등 요인의 간섭에 따른 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기구가 내린 ‘적색수배’는 종종 인권기구나 구미 정부로부터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2018년 9월 25일 포브스 홈페이지에 ‘인터폴 절차 규정을 위반한 적색수배는 얼마나 될까?’라는 글이 올랐는데, 2016년 인터폴이 내린 적색수배령을 분석한 결과 54%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UN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공

인터폴과 같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기구인 UN도 중공의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고 있다. 미국의 소리는 중공이 UN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익명의 한 외교관이 “중국이 UN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중공은 현재 미국이 제네바 UN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에서 탈퇴한 뒤 미국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AFP보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중공은 아프리카 업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얀마 문제 등 두 가지 국제적인 업무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공은 UN의 지원으로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UN의 연회비 예산에서 중국의 비중이 일본을 뛰어넘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UN의 평화유지비에서 2013년 당시 중국은 3%를 부담했지만, 지금은 무려 10.25%를 부담한다.

중공은 또한 UN에서 근무하는 중국인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는 각각 UN사무부총장이 있다. 현재 중공을 대표하는 UN사무부총장은 류전민(劉振民)이며 경제와 사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비록 이론상으로 UN사무부총장이 한 국가의 이익을 대표할 순 없지만, 중공 당원으로써 류전민은 당을 위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류전민이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중공이 제시한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이 세계의 발전 추세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채무 수출과 패권 확장으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중공의 ‘일대일로’ 전략은 UN에서 일부 중국 전문가와 관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