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야권·교육계 강력 반발

이윤정
2021년 07월 2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1년 07월 3일 오전 12:30

유기홍 ”안정적,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
곽상도 “다음 정부로 공 넘기면서 날치기식 통과”
한국교총 “정권에 편향적·종속적 기구로 전락 가능성”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교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한다는 명목으로 내년에 출범하게 될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야권과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위원장(더불어민주당·관악구갑)이 대표 발의한 국교위법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될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정책 및 국가 교육과정 수립을 담당할 예정이다.

국교위 위원은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원 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추천 1명, 시·도지사 협의회 추천 1명, 교육부 차관과 교육감 협의체 대표자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2002년 이회창 대선후보를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후보를 비롯해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박근혜 후보가 동시에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유기홍 의원은 1일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홍준표·안철수 후보 등 모든 후보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전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로 인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자주적인 교육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19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여·야 합쳐 총 12건의 법안 발의, 3번의 공청회, 16번의 법안 심사를 통해 최종 대안을 마련해 지난 6월 10일 교육위원회, 6월 30일 법제사법위원회, 7월 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법사위 전체 회의를 열고 국교위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체회의 개의 42분 전인 오후 12시 18분에 개의를 통보하는 바람에 야당 의원들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야당은 여당의 이 같은 법안 단독·강행 처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집권여당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강행하고 여당은 기습적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우리 당을 배제하는 형태로 심사가 진행됐다”며 “6월 30일 법사위에서 회의 42분 전에 야당에 통보해놓고 단독 처리하더니 1일 본회의까지 최종 의결시켰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10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발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국가교육위원회를 논의하는 모든 과정에서 국회 교육위마저 협치의 정신이 무너졌다”며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라면 날치기식으로 통과시키려는 이런 시도는 즉각 접고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이번에 통과됐지만,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하도록 부칙을 변경하면서 국교위는 내년 7월에 출범하게 됐다.

곽 의원실 관계자는 또 “정권 말기에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이런 특별법 형태로 법을 제정해 새로운 기관, 조직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국교위법 시행일을 공포 1년 후로 수정하면서 국교위 구성과 운영이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다음 정부에 국교위 설치를 넘길 거면 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교위가 장관을 뛰어넘는 행정위원회로 설치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국교위가 얼마나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런 부분은 거의 논의가 안 됐다”라고 덧붙였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교육부는 중장기 교육정책은커녕, 지난 4년간 눈앞에 닥친 교육 현안도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국교위를 만들어 교육부 위에 옥상옥을 짓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초(超)정권적 국가교육위를 만드는 것은 반(反)헌법적, 반(反)민주적”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민주적 위임도 받지 않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을 넘어선 중장기 정책결정권을 가진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한국교총 제공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 이하 한국교총)는 1일 성명을 내고 “오늘 국회가 통과시킨 것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니라 ‘정권교육위원회’일뿐”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민의를 철저히 저버리고 왜곡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2일 오전 에포크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 통과를 두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0년 전부터 교총 등 교육계와 국민이 바랬던 것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교육을 염원하면서 정파, 정권을 초월한 중립적·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것이지 정권에 편향적·종속적인 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위원회 위원 중 친정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한다”며 “위원회가 중립적일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교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데다 위원회 임무, 역할 상당 부분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게 돼 있다”며 “국교위는 결코 독립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립 단계부터 종속적이고 편향적이라면 그런 위원회는 갈등만 조장할 뿐 설립할 명분이 없다”며 “앞으로도 국교위의 부당성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