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우주기술 사고팔기 위해… ‘중국-우크라이나’ 협력 강화

프랭크 팡
2019년 02월 24일 오후 11:03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8:53

우크라이나 언론은 오랫동안 소비에트 우주 기술에 의존해온 중국이 이제는 자국의 우주 관련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방송 ‘채널 24’는 보도를 통해 “우주 부문에서의 우크라이나-중국 협력에 탄력이 붙고 있으며, 인공위성 및 로켓 설계 국유 업체인 유즈노예 국립설계소가 그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중국이 우크라이나가 판매한 소비에트 기술을 이용해 달 착륙에 성공한다면 미 백악관의 반응은 어떠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해당 기사는 또한 미국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을 배반했으며, 제재 조치에 위협을 가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중국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2018년 8월, 워싱턴타임스가 중국 조종사들의 항공모함 착륙법 훈련을 위해 사용되는 중국 제트 훈련기 JL-10에 우크라이나 엔진 제조업체 모토 시크의 엔진이 장착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이후 비상이 걸렸다.

2018년 9월,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는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중국의 대(對)우크라이나 투자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익명의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 노하우를 취하고 우크라이나의 중요 방위산업 생산을 취함으로써 중국이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을 통해 해당 기술력을 습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즈노예 국립설계소

OKB-586 및 유즈노예 설계국으로 알려져 있던 ‘유즈노예 국립설계소’는 1954년 소비에트 연방 시절 창립돼 전(前) 소비에트 미사일 설계과학자 미하일 양겔이 이끌었던 설계소다. 유즈노예 국립설계소는 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R-12를 개발‧생산했다. 이들 미사일의 배치를 둘러싸고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불거지기도 했다.

유즈노에 설계소는 우주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는데, 소비에트가 달 탐사를 위해 시도한 1960년대에는 LK 달 착륙선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련 붕괴 후 설계소는 우크라이나의 손에 넘어갔다. 1999년, 우크라이나는 유즈노예가 설계한 탄도미사일 R-26을 개조한 우주 발사체 드네프르(Dnepr)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 유즈노예 설계소는 중국과 손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공식 우주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2013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64회 국제우주대회에서 유즈노예 설계소 소장 알렉산드르 데그탸례프는 설계소가 현재 달 탐사 프로젝트에 중국과 협력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양국 간에 체결한 계약 건 중 이미 시행된 사항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즈노예 설계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중국 국유기관인 시안항공동력연구소 소장 리핑은 유즈노예 측에서 공동 주최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개최한 ‘우주 기술, 현재와 미래’라는 국제 우주 컨퍼런스와는 별개로 원탁회의에 참가했다.

한 달 뒤 미국 잡지 ‘파퓰러 메커닉스’는 익명의 제보자 말을 인용해, 유즈노예 설계소가 중국 관계자로부터 LK 달 착륙선에 추진 장치를 재구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1969년 미국이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 뒤, 소련은 달 착륙선 개발을 보류했다.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체결한 새로운 협의안을 통해 추진 장치 설계도서를 제공할 것이지만, 하드웨어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보유할 예정이다.

파퓰러 메커닉스는 “훗날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해당 기술 구현을 위해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중국이 재구축된 추진 장치를 이용해 2~3명의 중국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목적으로 규모가 더 큰 달 착륙선을 구축할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 유즈노예 설계소는 중국 남부지역 광둥성 주하이에서 개최된 연례 항공기 및 항공우주산업 엑스포인 ‘에어쇼 차이나’에 참가했다. 유즈노예 설계소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로켓 및 항공 엔진 등의 항공우주산업 관련 제품을 전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중국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중국과 함께 우주 탐사 관련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1년 양국은 우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도모를 위한 협력 위원회를 설립했다. 또한, 우주 분야 발전 장려를 위해 하위 특별위원회가 마련됐다.

2018년 11월, 우크라이나 국가 우주청 청장 파블로 데그탸롄코는 중국 국가항천국 국장 장케쟌과 베이징에서 개최된 특별위원회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데그탸롄코와 장케쟌은 우주 협력 프로젝트 수를 80개까지 늘리기로 합의했고, 우주 잔해물 모니터링 및 심우주 연구에 대해 협력해 나갈 것을 합의하기도 했다.

군사기술

중국은 여러 가지 군사기술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998년 우크라이나가 부분 완공한 항공모함을 중국에 판매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이 항공모함을 개조해 중국 최초의 현대 항공모함인 ‘랴오닝’을 만들었다. 랴오닝 항공모함은 2012년 진수됐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2001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업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비축 미사일 중 소비에트 시대에 만든 사거리 1800마일(약 2900km)의 순항미사일 X-55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잡지 ‘더 디플로맷’의 2017년 11월 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중국산 위상배열 레이더 시스템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목표물 지속 감시가 가능한 해당 레이더 시스템은 미국의 이지스 전투 체계의 중국판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에는 민간 항공 엔진 기업 베이징 스카이라이즌 항공과 우크라이나 기업 모터 시크가 중국 서남부 지역 충칭에 조립 서비스 공장을 건립해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11월, 중국 뉴스 사이트 ‘시나’는 해당 공장 건립의 1단계가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뉴스 사이트 ‘소후’ 등 여러 중국 언론 사이트에 게재된 미확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의 과학자, 엔지니어, 기타 기술자 등 약 3000명이 충칭 공장과 관련해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격월간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2018년 6월 발표한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항공, 탱크, 해군 엔지니어를 탈취하는 중국의 행보는 이제 흔한 일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1988년 랴오닝 항공모함이 ‘바랴크’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최초로 진수됐을 때, 이 항공모함의 원조 설계자인 ‘발레리 배비치’를 대표적인 예로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9월, 중국 언론 ‘더 페이퍼’는 배비치가 칭다오 중국-우크라이나 특수선 연구 설계 아카데미(CUSA)에 고용됐다고 보도했다.

더 페이퍼에 따르면, CUSA는 2014년 9월 칭다오시 정부, 산둥성 과학 아카데미, 우크라이나 조선소가 합작해 설립한 연구개발 협력단체다.

해당 언론은 중국 기업에 고용된 우크라이나인 수가 상당하다면서, 중국의 일부 도시에 ‘우크라이나타운’이 있다는 루머가 돌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