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과 협박 시달리던 BBC 중국 특파원, 대만으로 ‘전근’

류지윤
2021년 04월 1일 오후 8:48 업데이트: 2021년 04월 1일 오후 11:13

영국 BBC방송의 중국 특파원 존 서드워스(John Sudworth)는 최근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이 의도적으로 은폐한 내용을 보도했다가 심각한 괴롭힘과 협박을 당하자 온 가족이 중공 사복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중국을 떠나 대만으로 향했다.

지난 21일 BBC는 중국 특파원 서드워스가 대만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BBC는 그가 대만으로 거처를 옮긴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그의 작업이 “중국(중공) 당국이 세계에 알리려 하지 않았던 진실을 폭로했다”며 “BBC는 그가 베이징에 있는 동안 해낸 상까지 받은 보도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는 여전히 우리의 중국 특파원”이라고 말했다.

서드워스는 중국에서 9년간 보도를 진행했으며, 그는 앞서 코로나19 관련 문제와 중공의 위구르족 인권 침해 등을 보도했다.

중공 사복경찰이 서드워스 가족 따라 공항까지

영국 매체 ‘스탠다드’(Standard)에 따르면 서드워스가 가족과 함께 공항으로 피했을 때 중공 사복경찰이 뒤를 바짝 따랐다.

서드워스는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중공 당국은 그에게 줄곧 압력과 위협을 가했다며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그들의 위협이 심해졌고, 중공이 통제하는 여러 플랫폼이 BBC뿐만 아니라 나 개인에 대해서도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또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촬영만 하면 법적 소송 위협, 대규모 감시, 방해, 협박에 직면했었다”고 말한 서드워스는 “결국 이런 협박 아래에선 (일이) 너무 모험적이라 어쩔 수 없이 대만으로 이사하기로 베이징에 있는 가족들과 BBC가 함께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드워스는 또 대만이 언론의 자유가 더 크다 보니 다른 외신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대만으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랴부랴 떠났음에도 사복경찰이 줄곧 우리를 쫓아 공항까지, 또 탑승장까지 쫓아왔다. 여기서 만난 냉혹한 현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고 회상했다.

중국외신기자클럽 성명 “우려와 슬픔”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서드워스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서둘러 중국 본토를 떠난 데 대해 걱정과 슬픔을 느낀다고 트윗을 올렸다.

FCCC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서드워스와 BBC 동료들을 향한 (중공의) 수개월 간의 인신공격과 유언비어 날조 끝에 서드워스는 중국을 떠났으며 (그들에 대한 공격은) 중국(중공) 관영 매체와 중국(중공) 관료들이 함께 벌인 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드워스는 각종 단기 비자만 발급받아 왔기 때문에 중국 정착과 가족 부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그가 신장 문제, 코로나19 문제를 비롯해 중공 외교부 관리들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말한 문제를 보도해 보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BC는 지난 2월 중공이 신장 위구르족을 위해 설치했다던 이른바 ‘재교육 캠프’에서 여성들이 성추행과 성폭행,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해당 보도에 서드워스의 이름은 없었지만, 중공 외교부와 관영 매체는 그의 이름을 거명하며 비판했다.

지난달 영국이 중공의 대외선 채널 CGTN의 영국 방송 면허를 박탈하자 중공은 자국 내 BBC 월드뉴스 방송을 금지했고, 영국 주재 중공 대사관은 “BBC가 중국에 관한 보도에선 세기의 거짓말을 지어내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헐뜯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무부 대변인은 “개별 사안에 대해 논평할 순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언론으로부터 온 모든 기자가 대만에 와 이곳의 신문과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