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프리 홍콩” 외치고 중국 기업은 “NBA 보이콧”…美中 홍콩시위 지지 갈등

니콜 하오
2019년 10월 12일 오후 4:2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미국 프로농구(NBA) 단장의 홍콩시위 지지표명을 둘러싼 미중 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기업과 방송은 NBA 후원과 해당 팀 경기중계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농구팬들이 홍콩시위를 지지하다 끌려나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트윗 하나에 중국에서 반발이 커져갔다. “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NBA 총재 발언이 가해져 더욱 불씨를 당겼다.

중국 관영 매체 CCTV가 앞장서 “당장 NBA 시범경기 중계방송을 중단하고, NBA와 관련된 모든 협력 교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민간 기업들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2009년부터 손잡고 일해온 민영기업 텐센트도 인터넷 중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윗 파문이 일기 전 텐센트와 NBASMS 은 2024~2025시즌까지 15억 달러 규모의 계약 연장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NBA를 후원하는 중국 기업 25곳 중 18곳이 NBA와의 협력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NBA의 스폰서인 스포츠용품 업체 리닝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분노와 강한 규탄을 표현하고 싶다”며 “우리는 휴스턴 로키츠와의 협력을 이미 중단했고,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농구협회장은 2002년 휴스턴 로키츠에 발탁된 1위의 농구 스타였던 야오밍이다. 후에 로키츠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 됐고, 중국내 NBA 팬을 확보하게 됐다.

중국농구협회도 로키츠와의 교류와 협력 중단을 발표했고, 중국내 NBA 농구팬들은 로키츠 경기를 보이콧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과 연계된 NBA의 총 사업 규모는 4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고개 숙인 NBA에 미국 들끓어

중국의 반발에 결국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은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나는 중국 팬들의 지지를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팬들을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7일 해명했다.

로키츠 구단주 틸만 퍼지타는 “그(모레이 단장)가 휴스턴 로키츠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NBA 협회도 “모레이의 트윗이 중국 팬들을 화나게 했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NBA 협회 측까지 중국에 사과하며 굴복하는 자세를 보이자, 미국 정계가 “홍콩의 인권보다 중국의 돈을 선택했다”며 NBA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 의원은 “NBA는 중국 공산당 정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로키츠 단장을 버렸다”며 ‘역겨운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 누구도 자유의 목소리를 내는 미국인에게 금지령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 의원은 NBA가 “거금을 좇아 부끄럽게 물러섰다”고 비난했다.

모레이 단장의 시위 지지 트윗 파문이 확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BA 단장 등을 향해 “중국에 영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농구팀 스티브 커 감독과 샌안토니오 스퍼스 농구팀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이 중국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고 비난했다.

커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비판하는 등 성소수자, 총기 규제 등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7일 날 경기 후, 커 감독은 홍콩 시위 지지 발언으로 불거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난 별생각 없다. 특별한 국제적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나는 스티브 커를 지켜보았다. 마치 어린 소년 같았고, 질문에 대답하는 것조차 너무 두려워했다. 그는 떨고 있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던 포포비치를 비난하기도 했다.

“나는 포포비치를 지켜보았다. 같은 상황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트럼프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은 슬픈 일이고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NBA 팬들의 시위

지난 9일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워싱턴 위저드팀과 중국 광저우 롱 라이온스팀의 프리시즌 경기가 열린 가운데, ‘프리 홍콩’(Free Hong Kong)이란 현수막을 들고 있던 관객이 쫓겨났다.

이 관객은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 컴페터티브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CEI)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패트릭 헤저였다.

그는 자신이 쫓겨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현수막을 치우든지 안 그러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현수막을 치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왔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워싱턴 위저즈 대변인은 표지판이 압수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퇴장을 요구받은 팬은 없다”고 밝혔다.

광저우 롱 라이언즈 경기에서 홍콩 지지선언을 했다가 퇴장당한 관객은 헤저 연구원이 처음은 아니다. 전날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광저우 롱 라이언즈 경기에서도 관객 2명이 “프리 홍콩”을 외친 뒤 퇴장당했다.

퇴장 당한 2명 중 한명인 샘 왁스는 NBC와 인터뷰에서 “어쩌다 중국 선수석 가까운 곳에 앉게 됐다……. 우리는 ‘프리 홍콩’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그게 뭐가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측은 “관중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두 사람이) 다른 관객들과 언쟁이 있어서 퇴장시켰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대응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무기로 외국기업의 입을 막는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과거 중화민국(대만)에 대해서도 서방기업에 비슷한 등돌리기를 강요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