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행복감은 건강 해쳐…심근병·폭식·충동성 유발” 연구결과

김태영
2023년 05월 12일 오후 8:50 업데이트: 2023년 05월 13일 오전 12:11

일반적으로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면 고혈압 개선, 면역력 증진, 수명 연장 등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도한 행복감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에 위치한 심리치료 센터 ‘마인드바이디자인’의 최고경영자(CEO) 엘리 보든은 10일(현지 시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행복감과 건강의 관계는 역 U자형”이라며 과도한 행복감은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지난 2011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 병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심근병증의 일종인 ‘다코츠보 심근증’에 대한 발병 사례를 공개했다. 다코츠보 질환은 심장의 주요 펌프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갑작스러운 기능 약화로 발생하는 비(非)허혈성 심근증으로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국내에서 이 질환은 심한 슬픔, 분노, 공포와 같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발병할 수 있다 해서 ‘상심증후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취리히대 연구진은 이를 과도한 행복감으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행복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다코츠보 질환은 카지노에서 잭팟을 연달아 터뜨릴 때와 같은 극도의 행복감을 느낄 때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재발률과 사망률도 꽤 높은 편이다. 지난 2019년 옥스퍼드 아카데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다코츠보 환자 6만14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1.9%가 퇴원 후 30일 이내에 재발해 다시 입원했으며 이 중 3.5%가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행복감은 또한 우리가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끔 자극한다는 심리학 연구도 있다. 지난 2009년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고조된 감정 상태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극단적인 정서가 알코올 섭취, 폭식, 약물 흡입, 도박, 위험한 성적 행동 등의 충동적인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지나친 행복감은 오히려 일상의 소소한 만족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 심리학 박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R.Y. 랭햄 박사는 “극도의 행복감은 결과적으로 사람을 (정서적으로)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어떠한 일로 극심한 행복감을 경험하고 나면 이 일이 이후 겪는 모든 일에 대한 평가 기준이 돼 더는 행복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에서 지난 2001년 복권 당첨자 22명을 대상으로 행복감을 연구한 결과, 1년 후 조사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복권 당첨 이전보다 부정적인 감정은 더 많이 느끼고 일상의 즐거움은 덜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가 적당한 행복감을 즐기면서 건강을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엘리 보든 회장은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 조절을 통해 극단적인 정서를 갖지 않도록 조율하고 심리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감정 조절을 잘 하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여줘 정서적 건강을 향유할 수 있고 수면의 질을 높이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등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일로는 좋은 글 읽기, 좋은 음악 듣기, 글쓰기, 포옹하기, 웃기, 명상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