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추방 본격화하나…시민단체, 부산 동서대 앞 기자회견

이윤정
2023년 01월 10일 오후 8:23 업데이트: 2023년 01월 10일 오후 9:13

국가정보원이 중국의 체제 선전과 첩보활동에 활용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공자학원의 실태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공자학원 추방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1월 10일 낮 12시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앞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이하 공실본)와 CCP(중국 공산당) 아웃, 트루스 포럼, 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공자’ 이름을 앞세운 선전·첩보 공작기관”이라며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 거점 공자학원을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실본은 “공자학원이 내세우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는 미끼에 불과하다”며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시민단체는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중국 정권은 공자학원에 대해 “중국어를 교육·전파하고,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세운 학술기관”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그 이름과 달리 공자학원은 공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자는 도덕과 윤리로 사람들을 교화하는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고 착한 본성을 끌어낼 것을 주창했다. 그가 중시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가치관과 ‘중용(中庸)’ 사상은 후세 2천여 년 동안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공자의 사상을 철저히 부정하고 공자의 묘를 파괴하고 동상까지 부숴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은 사람들 마음속의 정신(正信·올바른 믿음)과 정념(正念), 그리고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전통 사상을 무너뜨렸다. 그랬던 중국 공산당이 2004년부터 돌변했다. 죽였던 공자를 갑자기 살려내고 그의 이름을 팔아 해외 전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공자학원’이다.

부산 동서대는 지난 2007년 공자학원을 개원했다. 같은 해 동아대(부산 사하구·서구)에도 설치됐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세계 제1호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가 문을 연 이래 총 22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립됐다.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국립대학을 겨냥해 “강원대, 인천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5개 국립대학의 공자학원은 교육부가 나서서 즉각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캐나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을 폐쇄한 것을 필두로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공자학원 퇴출 바람이 거세다. 미국은 120여 개에 달하던 공자학원을 20개 이하로 줄였고, 그마저도 곧 폐쇄할 예정이다.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설립한 스웨덴은 2020년 자국 내 공자학원을 전부 퇴출했다. 중국에 우호적이던 독일·프랑스·캐나다에서도 공자학원을 추방하고 있고, 영국·일본·호주도 정부가 나서서 공자학원 추방을 준비하는 중이다.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0년부터 공자학원 추방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폐쇄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공실본은 2020년 6월부터 공개적으로 공자학원 추방운동을 펼쳐 온 단체다. CCP(중공) 아웃도 2021년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단체는 국내 22개 대학 및 16개 중·고등학교에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이날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 공자학원을 수용하고 있는 22개 대학 및 16개 중·고등학교에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했다.

강석정 공실본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표는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까지 공자학원 폐쇄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며 “3월 1일부터는 공자학원이 있는 대학의 총장 및 공자학원 원장의 성명,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전 국민 항의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부산 동아대, 11월 17일엔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이튿날엔 충북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했다. 앞으로도 대전, 세종, 춘천, 광주 등 공자학원이 있는 각 도시를 다니며 공자학원 추방 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