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 vs ‘개혁개방’ 시진핑-리커창 지방시찰 지론 전개

강우찬
2022년 08월 21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1일 오전 11:26

공산당 1, 2인자 경기침체에 정반대 해법
북부 찾은 시진핑 “공동부유” 강조
남부 시찰 리커창 “개혁개방” 당부

중국 관영언론은 최근 약 2주 만에 중국 공산당(중공) 최고지도부의 동정을 보도했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리커창 중공 국무원 총리가 16일에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지방정부 관리들과 만나 국내 경기 회복 관련 좌담회를 가졌다.

반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17일 북부 랴오닝 성을 방문, 중점 정책인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재차 강조하며 두 사람의 차이를 부각했다.

중국 남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열렸던 중공 지도부의 비공식 회의 역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개혁개방 지속, 일자리·물가 안정”

리커창은 선전시에서 광둥, 장쑤, 저장, 산둥, 허난, 쓰촨성 등 경제를 주도하는 6개 성(省) 관리들을 소집해 경제대책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16일 CCTV는 6개 성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리 총리가 좌담회를 주재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리커창은 “경제 안정화를 향한 정책 패키지 시행에 계속 속도를 내겠다”며 “거시정책의 힘을 키우고 개혁개방을 계속 추진해 일자리와 물가를 안정시키며 기본적인 민생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6개 성이 전국 40%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며 “경제 역할이 큰 6개 성의 주된 책임은 현지와 외지에서 온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고도의 개방을 확대해 외국 자본 기업의 투자와 무역을 늘리고 상호 이익을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절약”을 요구했다.

시진핑 “공동부유” 강조…경기침체는 함구

다음 날인 17일 CCTV는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전날 동북부 랴오닝성 진저우시를 시찰하는 영상을 방송했다.

시진핑은 1948년 벌어진 중화민국(오늘날 대만)과 중공 간 전투였던 랴오선 전투기념관을 둘러보고 현지 정부 관리들에게 수해 대책에 관해 지시했다.

시진핑은 현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중국식 근대화는 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전 인민이 함께 풍요로워지는 현대화”라며 공동부유 개념을 강조했다. 리커창과 달리 최근 중국 경제 침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부유는 ‘전 인민의 풍요로운 생활 영위’를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으로는 개혁개방 후 급속히 벌어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중공의 이론잡지 구시(求是)는 16일 시진핑의 이름으로 작성된 평론을 실었다.

이 평론은 “공동부유는 경제 문제뿐만이 아니라, 당의 정권 운영의 근본에 관계하는 중대한 정치 문제이다”라고 주장했다.

평론은 “다만, 전 국민이 함께 잘사는 것은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임무로서 급히 추진하거나 기다려서도 안 되며 반드시 더 중요한 위치에 두고 착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시진핑과 리커창 모두 경제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는 점에서 중공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리린이는 “다만 시진핑은 공동부유를, 리커창은 개혁개방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며 “리커창이 말한 개혁개방은 경기침체에 관한 일종의 시장경제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진핑의 공동부유는 개혁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인 빈부격차에 관한 사회주의적 해법으로, 이념과 정치 성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리린이는 “향후 중국의 발전 방향성을 정반대로 가리키는 개혁개방과 공동부유, 이 두 개념은 올가을 열리는 당대회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진핑과 리커창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각각 다른 방향성의 정책과 의견을 밝혀왔고, 이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이 불거졌으나 이번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자기 할 말’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이 반으로 갈라졌다. 시진핑은 북쪽을, 리커창은 남쪽을 차지해 각각 공동부유와 개혁개방을 내세웠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시진핑 서기는 마오쩌둥 사상을 학습하고, 리커창은 덩샤오핑 사상을 고수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마오쩌둥은 폐쇄적인 자력갱생 경제와 급진적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했지만, 덩샤오핑은 이를 시장경제적 개혁과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