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발생하자 7000L 물탱크 몰고 와 소방관 도우며 산불 끈 주민

김연진
2020년 05월 6일 오전 9: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6

지난 1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축구장 120개의 면적을 태워버린 뒤 약 12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불 현장에는 진화대원과 소방관, 군 장병 등이 투입돼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웠다.

그런데 그중에는 일반인 3명도 있었다. 지난해 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었던 고성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또다시 불이 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물탱크를 트럭에 싣고 산불 현장으로 출동했다.

5일 동아일보는 고성 산불 현장에서 활약한 고성 주민 정일모(53)씨와 동료 2명의 사연을 단독 보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씨 일행은 산불이 최초 발화한 현장에서 약 7km 떨어진 고성군 죽왕면 야촌리에 살고 있었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1일 오후 8시께, 정씨 일행은 인근 논에서 일하던 중 불기둥을 발견했다.

이에 즉각 집으로 달려갔다. 불길을 잡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

정씨 일행은 농약을 살포할 때 사용하는 7000L 용량의 광역방제기에 물을 가득 담았다. 이후 산불 현장으로 트럭을 몰고 달려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에게 “가장 급한 곳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은 정씨 일행은 광역방제기를 사용해 물줄기를 쏘기 시작했다.

정씨 일행의 활약 덕분에 산불이 덮칠 뻔했던 민가 2채가 무사할 수 있었다.

또 곧바로 산 쪽으로 향해 산불과 싸우고 있던 진화대원들을 도왔다. 다음 날 새벽 2시 반까지.

한 소방대원이 정씨 일행에게 소속을 묻자 “작년에 산불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매체는 수소문 끝에 정씨와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라며 “공동체의 피해가 곧 내 피해고, 나 역시 주변의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달려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모두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현장을 지휘했던 김병령 고성소방서 거진센터장은 “20년 넘도록 화재 현장을 다녔지만, 일반 시민이 이렇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준 것은 처음이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