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한은 ‘빅스텝’에도 불확실성 지속

이윤정
2022년 07월 16일 오후 4:06 업데이트: 2022년 07월 16일 오후 4:06

환율 13년 만에 1320원 돌파
고유가에 수입물가지수 역대 최고치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13년 만에 1320원을 돌파하는 등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사상 초유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것)’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인 0.5% 기준금리를 0.25%p 올렸고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세 번에 걸쳐 0.25%p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0개월 사이에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75%p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빅스텝’을 밟은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수입 물가 역대 최고치

6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6.0% 뛰어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0%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7~8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져 7%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3.3%)보다 0.6%p 오른 3.9%로 집계됐다. 0.6%p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기대인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주관적 전망을 가리킨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시차를 두고 임금과 상품 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로 물가가 올라가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입 물가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2년 6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오른 154.84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33.6%나 오르면서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이 컸다. 특히 국제 원유 가격의 오름세가 국내 수입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5월 배럴당 108.16달러에서 6월 113.27달러로 4.7% 상승했다. 광산품 등의 수입 가격 오름세도 이어졌다.

주로 원자재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입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을 압박하게 된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마저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환율, 13년 만에 1320원 돌파

7월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20원을 돌파했다.

7월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급등한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20원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318.0원에 출발해 10분 만에 1320원 선을 돌파했고, 장중 1326.7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年高點)을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금융계에선 향후 단기적으로 137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유례없는 달러 강세를 두고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시장 전망을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강력 통화 긴축에 나서고, 그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두 나라 통화 간 교환 비율이다. 다시 말해 ‘외환의 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이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한 단위와 교환되는 원화 금액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 1200은 1달러가 외환시장에서 1200원에 거래된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으로 달러화가 비싸졌다는 뜻이다. 원화 관점에서 보면 달러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 입장에서는 원화를 적게 주고도 한국 상품을 수입할 수 있어 우리나라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화 가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다른 나라 통화도 같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낮은 정책금리와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최근 유로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수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행(BOJ)이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지난 14일 장중 한때 139.39엔까지 올라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최근 기업 신용위험 확대,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민은행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한은 빅스텝에도 달러 강세 지속할 듯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한국·미국 기준 금리가 역전되는 것을 우려한 ‘환율 방어’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더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6월 14~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p로 좁혀졌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예상을 웃도는 9.1%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울트라스텝(1%p 금리인상)’ 초강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