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7곳 ‘따로 투표’ 가능한 일?…드물지만 전례 있는 ‘결투 선거인’

이은주
2020년 12월 19일 오후 10:06 업데이트: 2020년 12월 19일 오후 10:06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간접선거다. 주마다 인구비례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확보한 후보가 승리한다.

11월 3일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가 행사한 표는 실제로는 그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선거인단에게 던진 표다.

선거인단 투표는 지난 14일 완료됐다. 이 투표에 대한 개표는 내년 1월 6일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전체 선거인단 538명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의 표를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결투 선거인(Dueling Electors)

선거인단 투표일인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조지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 등 핵심 경합주 6곳의 민주당 선거인들이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에 투표했다.

이곳에서는 유권자 투표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선언됐다. 그러나 유권자 투표에서의 승리가 바로 대통령 당선은 아니다. 선거인단 투표와 개표, 결과에 대한 승인까지 마무리되어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그런데 이날 6개 주에서 공화당 측 선거인들 역시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했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여기에 경합주가 아닌 뉴멕시코주에서도 공화당 선거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면서 총 7개 주에서 각각 민주당·공화당 별도의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진풍경이기는 하지만,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전문용어도 존재한다. ‘결투 선거인'(Dueling Electors)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선거인들의 결투다. 선거인단 결투가 아닌 것은 선거인단(Electroal College)의 ‘단’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칼리지'(College)는 공동의 목표를 지닌 그룹을 뜻하는데, 선거인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 목표를 공유할 수 없게 됐으므로, 선거인단이 아닌 선거인 사이의 결투가 성립된다.

결투 선거인을 ‘대안 선거인’(alternative electors)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공화당 선거인들이 공식 인증을 받으리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투가 발생함으로써 내년 1월 6일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결투 선거인은 드물지만, 전례가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60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의 35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민주당 선거인들은 케네디 전 대통령을 찍었고, 공화당 소속 하와이 주지사는 닉슨 전 대통령에게 표를 행사했다.

당시 하와이주에서는 1차 개표 결과 닉슨 전 대통령이 앞섰지만, 재검표에서 케네디 후보가 역전했다. 이를 두고 양당의 소송전이 전개됐고, 주지사와 주 선거인단이 서로 다른 선거인단 명부를 의회에 제출해 ‘결투’를 벌였다. 그 결과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1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승자로 선언됐다.

전례는 있지만…올해 재연 가능성은?

실제로 올해 대선에서 같은 일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미국 법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채프먼대 법학과 존 이스트먼 교수는 “역사적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올해에도 케네디-닉슨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각 주 선거결과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만약 승소하면 트럼프 선거인의 투표가 인증돼 내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빌대 학술연구소인 매코널 센터의 게리 그레그 소장은 “결투 선거인은 의회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의회는 사기가 일어났다는 실질적 증거가 없다면 주지사가 인증한 선거인단의 표만 개표할 것”이라며 핵심은 부정선거의 입증에 달렸다고 봤다.

덴버대 법학과 로버트 하더웨이 교수는 “확실히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제기한 모든 소송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공화당 선거인들이 투표하는 게 맞는다고 결정되면, 이들의 투표는 절차에 따라 개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결투 선거인’의 투표결과가 제출되면 양쪽을 검토해 어느 쪽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이때 상·하원 동시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특정 주의 선거인단 투표에 대한 ‘이의제기’도 가능하다.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1명이 공동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상·하원은 합동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각각 회의를 열어 토론 후 표결에 들어간다. 상·하원 모두 과반수로 찬성하면, 그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전체 집계에서 제외된다.

현재 공화당 하원의원 모 브룩스 의원 등 하원의원 4명이 이의 제기를 천명했으나, 상원에서 동참하겠다는 의원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상·하원 모두 과반수로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현재로서는 공화당에서의 과반 통과 여부도 확실치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미국의 유명 헌법학자 앨런 더 쇼비츠는 NTD와 인터뷰에서 “양당 모두 이의제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트먼 교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어느 선거인단 투표를 받아들일 것인지, 제시된 증거와 관련 법률에 근거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거의 확실성과 파급력에 비중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