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굶주린 베네수엘라 학생들, 기절 사태 속출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19년 12월 4일 오후 12:22 업데이트: 2019년 12월 4일 오후 12:40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며 제대로 먹지 못한 어린 학생들의 기절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의 북부 휴양지 보카데우치레(Boca de Uchire)에 위치한 리세이오 초등학교의 사건을 인용해 전국에 어린 학생들이 식량부족으로 실신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보도했다.

리세이오 초등학교에서 이 지역 가톨릭 주교가 주관한 예배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5명의 학생이 기절해 쓰러졌고, 이 가운데 2명의 학생은 위중한 상태여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NY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6년간 계속되는 동안 이 학교 상당수의 학생이 아침을 굶거나 전날 저녁조차 먹지 못한 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등교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급식하는 학교를 찾아 입학하려고 한다.

보카데우치레의 노조위원장이며 교사인 마이라 마린은 “뼈만 앙상하고 배가 고파 지쳐있는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배고픔은 이 사회의 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벽지의 학생들에게까지 대학교육을 무료로 제공했던 이 나라의 학생과 교사들은 수년간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업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 매장된 나라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미에서 부유한 나라였다. 하지만 2014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앙적인 경제 위기를 겪었다. 국내 총생산은 폭락했고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치솟았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 난 이유로는 우선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가 꼽힌다. 국가 수입의 50%가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것이고, 석유가 전 수출 품목의 8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생필품은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석유를 판 돈으로 수입해서 사용했고, 농업을 비롯한 기타 산업 발전에 투자하지 않았다.

아울러 1999~2013년 우고 차베스 정권의 퍼주기 식 포플리즘 정책도 경제 붕괴를 가속화한 요인이다. 차베스 정부는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연금 혜택 확대·의료·교육·식품·주택 및 토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무상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2000~2013년 동안에 사회복지에 쏟은 금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0%까지 올랐고, 국가의 공적 부채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나아가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화폐를 찍어내자 인플레이션을 초래했으며, 경제 혼란의 결과로 거의 3천2백만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음식과 의약품을 살 수 없는 형편이 됐다. 도시에 전기도 끊기고 전력난 부족 현상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한편, 차베스를 답습하고 있는 마두로 정부에 대한 정치적 불만이 증가하면서 최근 몇 년간 4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은 나라를 버리고 떠났고, 학생과 교사 역시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교사들에게 급여는 거의 무일푼이며, 수천 명이 다녔던 일부 학교는 교복·교재·버스 요금을 충당하지 못해 겨우 100여 명이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교육제도의 붕괴는 전 세대를 가난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중앙 대학의 교육 연구원 루이스 브라보는 “전 세대가 뒤쳐지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 제도하에서는 어린이가 유망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유네스코 통계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6년 전인 2012년에 12만920명, 2017년에 32만4992명의 학생이 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공동의 행복을 실현한다’는 사회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마두로 정권은 그 이념과 반대로 국제 유가 폭락이라는 시운을 맞으면서 부유했던 영광을 뒤로한 채 최빈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을 닫는 학교는 점점 늘어났다.

이에 최근 마두로 정부는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을 허용해 엄격한 가격 통제를 느슨하게 풀었다.

전국의 쇼핑몰과 소규모 소매상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쇼핑객의 구매를 장려하고, 국가에 판매 부진을 보상해 줄 것을 기대하며 다양한 상품에 최대 80%의 할인을 광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