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불법행위 막으려면 ‘회계 투명성’ 강화해야” 국회서 토론회

김태영
2023년 06월 9일 오전 5:55 업데이트: 2023년 06월 12일 오전 10:52

6월 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정책 입안자들과 건설업 관계자들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올바른 노동문화를 정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서범수 의원은 개회사에서 “건설 현장 불법행위가 만연한데도 이전 정부에서는 노동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크게 늘리면서 되려 회계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노동조합에 내는 회비는 일반기부금으로 분류돼 세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공시 의무가 없어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제도적 보완 방안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5만여 전문건설사를 대변하는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대내외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며 “여기에 노동조합의 불법·부당 행위가 지속되면 노사 간 상생과 동반성장은 요원(遙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건설 현장의 고질적 병폐인 노조의 불법·부당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해선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 공정하고 상식이 바로 선 건설 현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노사가 상생·연대하는 노동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건설 현장에서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강성주 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 팀장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시작으로,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건설노조 불법행위 대응과 회계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를 좌장으로 김환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최지광 한길회계법인 대표회계사,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강성주 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 팀장은 지난해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를 포함해 총 95개 사업자와 397개 현장에서 ‘건설노조 불법행위 피해사례’를 접수해 집계한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불법행위는 수도권(95건)과 부산·울산·경남권(265건) 두 권역이 9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광주·전라권은 16건, 대구·경북권은 9건, 대전·세종·충청권은 7건, 강원권은 5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 225건(29.8%), 불법 노조 전임비 요구 100건(13.2%), 기타 금품 요구 3건(0.4%) 등의 부당금품 강요가 총 756건(43.4%)을 차지했다. 이 밖에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 현장 퇴거 불응, 출입 방해, 태업, 운송 거부 등의 문제도 있었다. 전문건설협회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해 건설 사업자당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80억 원까지 피해액이 발생했으며 공사 지연 일수는 최소 7일에서 최대 180일이었다고 밝혔다.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강성주 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 팀장이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이날 발제를 맡은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는 ‘공사 기간 준수 의무’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노조의 공사 방해 및 공사 중단 등의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지난 2019년 개소한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 해소 센터는 2020년 9월까지 단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특히 건축 공정 순서상 기초 단계인 토공과 골조 공사의 지연은 해당 현장의 공사 기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노조의 불법·부당 행위 제재와 건설 현장 정상화를 위한 실효적 수단에 ‘노조 회계 공개’가 요구된다며 “국고를 지원받는 단체가 회계 관련 법령 규정을 준수하는 의무를 갖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회계장부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결과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는 무관용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면서 “또 회계 관련 법령을 미준수한 노동 단체는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과 제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은 토론에서 “노조 회계 관리에 관한 현행법상 미비점 보완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법 개정 전까지는 보충적으로 행정입법(시행령)을 병행해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노동 개혁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법치의 토대 위에서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노동 개혁은 노사법치로 노동시장 약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약자 보호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며,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지광 한길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은 회계 투명성과 사회 투명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노조의 회계 투명성은 사회 전반의 투명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외부감사 제도 도입을 위해 △회계감사 기준 등 인증기준 체계화 △외부감사인 선임 방법 개선 △외부감사 성격 명확화 △외부감사의 품질관리제도 도입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환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영국과 일본은 회계감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노조 재정 정보를 상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포괄적인 업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오늘 논의된 다양한 개선 방안들이 조속히 법제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