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투자한 영화 개봉 무산된 中 최대 민영 영화사, 사내 공산당위원회 설립

에바 푸
2019년 07월 25일 오후 1:3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5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 화이(華誼)브라더스가 지난 8일 사내 공산당위원회 설립을 발표했다.

거액을 투자한 전쟁영화 팔백(八佰) 개봉이 무산되는 등으로 손실이 187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공산당에 손 내민 모양새다.

이날 왕중쥔 화이브라더스 대표는 ‘화이브라더스 공산당위원회’ 설립 기념 행사에서 “공산당의 핵심 사회주의 가치들이…회사에 녹아들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온라인 미디어 펑파이뉴스가 보도했다. 왕 대표 역시 당원이다.

당위원회 운영을 총괄할 카오 서기는 “당의 업무를 영화 콘텐츠에 확고하게 통합하기 위한 조치다. 당은 영화의 모든 제작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이브라더스는 당 위원회를 사내에 개설한 중국 민간기업 158만개 중 하나가 됐다.

기업 내 당위원회는 공산당의 지부역할이다. 중국의 모든 상장기업에서는 당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마찰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펑파이에 따르면, 화이브라더스 직원 1933명 중 공산당원은 115명으로 약 6% 정도.

중국 민간기업 기업주들은 당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민간기업 기업주 94%가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당의 발전에 관심있다는 응답자는 4%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화이브라더스는 지난해부터 당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행사를 여러 차례 개최해왔다.

공산당 대변자 미디어 인민일보와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 4월에는 당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 공산당 ‘당 건설 교실’을 주제로 공산당 정신을 고양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적자는 계속됐고 여름 히트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전쟁영화 ‘팔백(八佰)’과 코미디영화 ‘작은 소원들’(Tiny Little Wishes)이 개봉을 불과 며칠 앞두고 ‘기술적 문제’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

팔백은 국민당군의 항일투쟁을 다룬 영화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공산당이 과거 라이벌인 국민당을 긍정적으로 그린 영화를 걸고 넘어진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심작 개봉 무산에  회사 주가도 요동쳤다. 개봉 취소 발표 이후 화이브라더스 주가는 선전증권거래소에서 8% 급락했고, 이후 6월 내내 하락세를 보이며 최고점이었던 13일과 비교해 20% 이상 하락했다.

회사 재정압박을 보여주는 뉴스도 나왔다. 베이징 비즈니스투데이는 흥행 부진에 시달리던 화이브라더스가 촬영장비 일부를 472억 원에 매각했으며 해당장비를 2년간 임대해서 사용한다고 3일 보도했다.

재미 중국정치 평론가 우줘라이는 당이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 고삐를 죄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줘라이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화이브라더스 그룹은 미디어를 통해 당 이념선전을 도울 것이다. 화이브라더스의 모든 콘텐츠는 당의 지침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산)당의 검열이 늘어나면 창조적인 작품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정치와 하나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원제 : Leading Chinese Film Studio Huayi Brothers Forges Deeper Ties to Communist Reg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