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도시 생태계 속…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다

애나 조
2020년 02월 6일 오전 8:37 업데이트: 2020년 02월 7일 오후 12:46

수백만 인구가 사는 거대 도시의 출현은 계층의 고립과 빈곤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파트로 우거진 도시라는 공간, 이 거대해진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현재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월 30일 주한프랑스문화원이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개최한 ‘2020 사유의 밤: 살아 있다-거대 도시에서 살아가기’는 이에 대한 해답을 같이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매년 1월 마지막 목요일,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선 프랑스문화원 주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미래를 탐색해보는 ‘사유의 밤’ 행사를 열고 있으며, 이번 사유의 밤은 도시 문제에 관한 연속 토론회의 시작으로, 공공 정책의 문제와 변화해가는 요소에 대해 논의했다.

1부에서는 세계 거대도시에 사는 도시인들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C 프로그램 엄윤미 대표,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김주민 겸임교수, 정재은 영화감독, 홍익대 건축과 장용순 교수. |에포크타임스

토론은 한국의 독특한 아파트 문화를 사실적으로 그린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파트 생태계’ 감상으로 시작됐다. 영화는 개개인의 추억이 서린 아파트, 함께 자란 동식물과의 연관성 속에서 한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아파트 재건축의 현주소를 짚고 있다.

<아파트 생태계> 정재은 감독 |에포크타임스

정재은 감독은 “(한국에) 처음 아파트가 만들어진 70년대만 해도 서구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굉장한 꿈이었고,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면서, 최근 아파트가 삶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부가가치와 이익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아파트의 역사라는 것은 공동주택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공동주거가 발달된 사회가 도시 문제에서 공동주택의 문제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갖는 페쇄적인 커뮤니티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도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도시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진 2부. 가운데 사회자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사회학자이자 도시학자인 알랑 부르당 파리 도시계획 학교 교수, 오른쪽은 한양대 건축학과 라파엘 루나 교수. |에포크타임스

한편, 토론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도시학자인 알랭 부르댕(Alain Bourdin) 교수는 국제적인 경쟁 속에서 분야별로 나뉜 평가에 따라 도시 고유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민이 배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랑 부르당 교수 |에포크타임스

부르댕 교수는 도시의 정치, 사회, 에너지 측면의 문제 외에도 위생과 보건 문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과 관련해 기존의 위생 조직 구조를 답습한 거대 도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새로운 위생 조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거대 도시라는 커다란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를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를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도시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