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장기적출 근절’ 월드서밋에 세계적 관심…“中공산당 만행 규탄”

이윤정
2021년 09월 23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1년 09월 24일 오전 9:55

英 헌트 의원 “강제 장기 적출은 상업화된 살인이자 최악의 범죄”
韓 김송 판사 “강제 장기 적출 근절 위해 ‘마그니츠키법’ 도입해야”
오는 24~26일, 2주 차 세션 진행…‘세계선언’ 채택 예정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 적출 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와 국제 비정부기구들(NGO) 공동주최로 열린 ‘강제 장기 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월드서밋’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7~19일 진행된 1주 차 세션(의학·법률·정치)에 20만여 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장기 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월드서밋 | 주최측 제공

첫째 날, 의학 세션 : 윤리적 직업이 ‘집단 학살’에 악용돼

후이거 리 독일 마인츠 의과대학 교수는 2000년 이후 중국의 이식전문의들이 발표한 임상 논문들을 인용해 ‘심정지’나 ‘뇌사’ 상태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신체에서 장기를 적출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중국 의료인들이 강제 장기 적출이라는 살인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거대한 이윤을 얻고 수십만 건의 임상 증례라는 의학적 성과를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강제 장기 적출(Forced Organ Harvesting)이란 장기를 팔아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이식대상자의 동의 없이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다. ‘수확(Harvesting)’이라는 표현은 이런 행위가 농작물 수확처럼 대규모 산업으로 횡행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영국 더블린 트리티니칼리지 의과대학 데클란 리온즈 교수는 “이처럼 중대하게 의학을 남용한 반인도범죄를 목격하고도 침묵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전 세계적으로 의학윤리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사협회(AMA) 의장을 역임한 레이몬드 스캘레터 조지워싱턴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노령의 중증 코비드-19 환자에게 3~4일 만에 이식용 폐를 조달하고 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실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이 범죄행위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숀 린(林曉旭) 전 미 육군 전염병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1~2주 만에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미국에서는 최소 2~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식 대기자는 젊고 건강한 기증자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식 대상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적출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둘째 날, 법률 세션 : 강제 장기 적출 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

18일에는 법률 전문가들이 강제 장기 적출 범죄에 대한 각국의 법적 대응 및 가능한 제재수단 등을 논의했다.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는 “양심수에 대한 대량의 강제 장기 적출은 당의 적을 제거하는 수단이자 중국 의료계에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수입원”이라며 “당의 지배만 있을 뿐 법치주의가 결여된 중국에서 최근 일부 법제가 정비됐다고 해서 이를 강제 장기 적출 산업 중단의 징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6년 중국의 강제 정기적출에 대한 최초의 조사보고서 ‘핏빛 장기 적출(Bloody Harvesting)’을 발간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0년경부터 공안·검찰·법원·수용소·병원 등 광범위한 국가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강제수용소 등에 수감된 양심수들을 대상으로 대량의 강제 장기 적출을 자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2019년 6월 17일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민간법정인 ‘중국 재판소(China Tribunal)’의 판결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됐다.

당시 판결은 중국 공산당의 생체 장기 적출 범죄에 대한 방대하고 면밀한 증거 조사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상당 기간 중국 내 양심수들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해 매우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으며, 파룬궁 수련자와 위구르족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음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서울행정법원 김송 판사는 “현재 중국 정부가 UN 안전보장이사회 및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현실에 비추어 UN이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의 강제 장기 적출 범죄에 대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의 주권 범위 내에서 중국 정부를 제재할 실효적 수단으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2012년 미국에서 제정돼 캐나다, 영국, 유럽의회(EU) 등에서도 도입한 마그니츠키법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가담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다.

‘강제 장기 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월드서밋’ 화상 토론 장면 | 유튜브 캡처

셋째 날, 정치 세션 : 사회지도자로서 정치인들의 책임과 역할

영국 상원 의원이자 전 보건장관인 필립 헌트는 “장기기증은 생명을 구하는 소중한 행위지만 강제 적출은 상업화된 살인이자 최악의 범죄”라고 비난했다.

영국은 지난 2월 11일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장기 적출 범죄를 저지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다.

헌트 의원은 당시 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전 세계는 중국 공산당이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이 개정안으로 영국이 이런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을 막고 다른 나라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상원 외교·국방·군부 위원회 부위원장인 앙드레 가톨린은 “많은 서방 의원들이 중국의 장기 적출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것은 중국 정부의 은폐와 검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 때문에 침묵을 선택했다”고 일침했다.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중국에 장기이식 기술을 전수하는 데 참여했다”며 “이제는 강제 장기 적출을 종식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범죄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헤르만 테르치 유럽 의회 의원도 중국의 장기이식 남용에 침묵하는 서방을 향해 “중국 공산당에 관대하고 침묵하는 이유는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우리는 강제 이식의 잔혹함에 대해 중국의 독재 정권에 목소리를 높이고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영국·한국·대만 등 19개국 35명 이상의 국제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이번 세미나는 오는 24~26일 언론·시민사회·정책을 주제로 2주 차 세션을 이어간다. 마지막 날(26일)에는 ‘강제 장기 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세계 선언’을 채택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