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차량 짐칸에 방치해 ‘동물 학대’ 의심 받은 택배기사

이현주
2021년 01월 9일 오전 10: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4

한 택배 차량 짐칸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강아지 한 마리.

얼핏 보면 누군가 방치했거나 동물 학대로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 사연이 숨어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택배기사가 짐칸에 강아지를 방치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강아지가 짐칸에서 벌벌 떨고 있고 상태도 꼬질꼬질하다. 오지랖인 거 알지만, 주변 위험이 많은 곳에 강아지를 혼자 두는 건 방치”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 글이 주목을 받자, 해당 택배 기사 A씨는 직접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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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우선 저와 저의 반려견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며 자초지종 설명했다.

A씨가 키우는 반려견은 말티즈 종으로 올해로 10살, 이름은 경태다.

둘의 첫 만남은 지난 2013년 장마철 집 앞 주차장 화단이었다.

당시 경태는 온몸에 털이 빠지고 겨우 숨만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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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아보니, 사람에게 받은 물리적 타격으로 뼈가 부러져있었다.

치료 없이 방치돼 자연적으로 뼈가 붙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심한 피부병도 앓고 있었고, 심장사상충 말기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경태는 A씨 덕분에 병원에서 치료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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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둘은 가족이 되었다.

A씨는 “강아지에게 큰 애정이 없던 사람이었지만, 경태를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경태는 과거 불안한 기억 때문인지 A씨가 안 보이면 밥도 안 먹고 짖고 울기만 했다.

A씨는 택배 업무 특성상 육체적 노동과 더불어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경태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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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태와 함께 배송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늘 탑차 조수석에 두다가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해 배송할 때만 탑칸에 두게 됐다.

A씨는 “저와 경태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이 방법이 어떤 고객님께는 상당히 불편하셨나 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하는 부분을 조금만 지켜봐 달라. 차후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전했다.

A씨는 글과 함께 경태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태와 오랫동안 행복하길 바랍니다”, “저런 분은 그냥 대박났으면 좋겠다”, “경태를 보니 사랑 듬뿍 받고 있는 아이 같아서 뭉클해집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