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대국’ 중국, 실종자 매년 100만명…못 찾나 안 찾나

강우찬
2023년 05월 3일 오후 2:37 업데이트: 2023년 05월 4일 오전 12:45

중국에서 실종자가 매년 10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실종사건 해결률이 83%라는 중국 정부 당국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소셜미디어에는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중국 네티즌은 반체제 인사,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이들은 금세 위치를 특정하는 당국의 주민감시 시스템이 실종자 수색에서만은 제구실을 못 하는 모습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몇몇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상당수 실종사건에 공안당국이 개입돼 있다고 본다. 장기밀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직접 실행한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 “중국 연간 실종자 100만명”

지난 2021년 중국에서는 연간 실종자가 10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발표돼 충격을 안겼다.

베이징의 민간 연구소인 ‘중민사회구조(救助)연구소(CSAI)’는 ‘2020년 실종인구 백서’를 통해 “2020년 연간 중국의 전체 실종자 수는 100만 명 이상으로 하루에 2739명씩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백서의 전체적인 논조는 당국의 노력을 치켜세우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구소는 “그러나 이는 2016년 394만 명, 2017년 260만 명에 비해서는 대폭 감소한 것”이라며 “중국의 실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각 부처의 사회안전망 확충, 빈곤 퇴치 정책의 성과, 공안 당국의 안면인식 추적 시스템 확대에 공을 돌렸다.

백서에서는 실종자가 줄고 있다며 정부를 옹호하긴 했지만, 연간 실종자 수가 엄청나다는 점은 시인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실종자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실종자 연령대는 10대 어린이에서 중고생, 대학생, 청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지난 2월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등학교 1학년 후신위(胡鑫宇) 군(君)의 실종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0월 중순, 야간 자율학습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후 군은 실종 106일 만에 학교 인근 숲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조사 끝에 학업 스트레스 등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후 군이 장기밀매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지역의 한 고위 관리의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선택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사체의 신체 장기가 사라져 있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후 군에게 피이식자의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억제제’가 투입된 정황도 포착됐다.

후 군이 쓴 일기장에는 “목이 마르다”, “빵을 먹고 토했다”는 이상 증세가 기록됐고, 가족들은 후 군이 실종 전에 자주 짜증을 내고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불면증을 호소하고 토하는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는 면역억제제 투약의 부작용들이다.

당국은 신체 장기가 사라졌다는 소문은 허위이며 면역억제제 투입 정황 역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고 반박하고 관련 내용을 검열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중국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소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과 11월 ‘후난성 샤오양시 룽후이현에서 12~15세 아이 9명이 사라졌다’, ‘암시장에서 사람의 장기가 거래되고 있다’는 게시물이 확산됐다.

이에 올해 1월 관영 중국일보(차이나데일리)는 ‘미성년자 실종 사건 증가? 줄고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주요 원인은 가출’이라는 분석기사를 내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신문은 중국 시베이(西北·서북)대 도시환경과학부 리강 교수를 인용해 “중국의 아동 실종 조기경보 시스템에서 표본추출한 1330개 사례 중 18세 미만 미성년자 실종사건은 1266개로 전체의 95.18%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638명의 실종자를 찾아내 가족에게 돌려보냈다며 “미성년자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은 ‘가출’로 전체의 34.41%”라고 전했다.

10대 미성년 실종자 비율 높아…최소 절반 ‘미제’

하지만 ‘가출’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 여전히 다수다.

허난성의 대학생 창윈(常運·19) 씨는 지난달 1일 상추시의 한 야시장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먹던 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자리를 떠난 후 지금까지 행방불명이다.

광둥성의 직장인 주단옌(朱丹燕·30) 씨도 3월 29일 오후 2시30분께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라졌다. 인근 하천 주변에서 주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으나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주 씨의 가족들은 평소 밝은 성격의 주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소연한다.

회사 주변에 감시카메라(CCTV)가 다수 설치돼 있는데도 주 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경찰의 더딘 조사도 가족들에게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감시카메라(CCTV)가 10억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전 세계 감시카메라 54%가 중국에 있다고 분석했고, 영국의 기술분석 웹사이트 컴패리테크는 지난해 7월 중국 도시들이 전 세계에서 CCTV 감시가 가장 엄밀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 이미 10억 대의 CCTV가 설치됐다고 추정한다.

중국 공산당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영상 감시시스템 스카이넷(天網), 농촌과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감시 시스템 샤프아이즈(Sharp Eyes) 등으로 주민을 감시하고 있다.

이런 상화에서 실종사건 다수가 미제나 극단적 선택 등으로 종결 처리되는 상황을 두고 실종사건과 장기밀매와의 연관성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미국 RFA는 지난해 11월 재미 인권변호사 우샤오핑(呉紹平)의 발언을 인용해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실종자와 장기밀매(강제 장기적출)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고위층이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인신매매 유형을 경고하는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며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한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집 나간 아내(딸)”라고 말해 납치를 정당화하거나 가짜 순찰차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플루언서, 방송국이라고 속여 인터뷰를 빙자해 승합차 등으로 유인하거나 고액의 급여가 적힌 가짜 구인정보를 보여주며 면접에 오라고 권유하는 수법도 제기됐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실종자 중에는 자신의 의사로 가족을 떠난 이들도 있겠지만, 타인의 불합리한 폭력에 의해 납치됐거나 속아 끌려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강제 장기적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