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체 공용화 63년…중국서 정통한자 ‘번체’ 학교 교육 필요성 제기

차이나뉴스팀
2019년 12월 11일 오후 4:47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1

“친하지만 볼 수 없고, 낳아도 살지 못하며, 사랑에는 마음이 없고, 창고는 텅텅 비었다.”

수수께끼 같은 이 문장은 중국에 떠도는 ‘친부졘,찬부성,아이우씬,창쿵쿵(親不見 産不生 愛無心 廠空空)’의 뜻을 한국어로 풀어놓은 것이다. 간체의 공허함와 의미왜곡을 꼬집는 뜻이 담겼다.

간체는 중국의 정통한자를 간략하게 쓴 것으로, 오늘날 공산주의 중국에서 사용되는 한자다. 정통한자의 親(친할 친)을 간체에서는 亲으로, 産(낳을 산)은 产으로, 愛(사랑 애)는 爱로, 廠(공장 창)은 厂으로 바꿨다. 그래서 “친하지만(親) 돌보지(見) 않는다(不)”는 말이 나오게 됐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는 그 사회의 문화를 결정한다. 중국전통문화와 단절을 주창했던 중국 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후 정통한자에 ‘번거롭다(繁)’는 꼬리표를 붙여 번체(繁體)로 부르고 간체 사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번체(정통한자)와 간체 사이의 논란은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베이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번체를 학교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 번체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자는 주장이다. 간체가 한자 본래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고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역사와 전통문화 전승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간체로 쓰이는 한자의 의미왜곡을 지적한 게시물 | 중국 온라인 캡처

중국 교육부는 지난 7일 웹사이트를 통해 “법에 따라 규범 한자를 사용한다”는 원론을 되풀이 했다. 이어 “한자는 갑골문 이후 끊임없이 변화하며 복잡한 데서 간략해져 왔다”고 반박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기 전인 1930년대 중화민국 시절에도 중국에선 간체가 존재했다. 다만 사용이 강제되진 않았다. 정부 내부에서 문화파괴를 이유로 보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부터 ‘문맹 타파’를 이유로 간체 공용화가 추진됐다. 마오쩌둥은 한자를 계속 간략화해 궁극적으로는 발음기호만 남겨 표음문자로 만들려 했다. 그래서 70년대에 간체를 한번 더 간략화 한 이간자(二简字)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자에서 너무 벗어난 형태에 대한 거부감과 가독성 저하 문제로 80년대에 취소돼 사라졌다.

이후에도 정체 사용논의가 몇 차례 제기됐지만, 1992년에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공산당 총 서기가 “모든 인쇄물에는 간체자만 사용한다”고 공표해 이를 일축했다.

다시 17년이 지난 지금 국경을 넘어선 교류가 활발해진 중국에서 다시 정통한자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협에서 나오는 제안은 민의를 반영한다. 교육부가 정통한자 학교교육 편입 제안을 거절했지만, 수천 년 이어온 한자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향수는 수십 년의 간체 사용으로는 뒤덮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