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어린 시절에 간식 챙겨준 ‘문방구 할아버지’ 10년 만에 다시 만나고 오열한 청년

김연진
2021년 02월 5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3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초등학교를 10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사실,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집이 너무 가난해서, 학교 준비물도 제대로 못 살 정도였다. 맛있는 간식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은인이 한 분 계셨다. 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문방구를 하시는 할아버지였다.

문방구 할아버지는 간식도 챙겨주시고, 공책이나 볼펜 같은 학용품도 몰래 가방에 넣어주셨다. 그때 그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문방구를 다시 찾아갔다. 할아버지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해당 사연은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청년 A씨의 실제 경험담이다.

그는 “아직도 기억난다. 수수깡 살 돈이 없어서 문방구 앞에서 엉엉 울고 있었는데, 문방구 할아버지가 나를 달래주셨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수수깡 세트 하나를 집어 주시더라. 쫀드기 간식도 같이 얹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공책, 볼펜 같은 것도 나에게 챙겨주셨다. 우리 집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아시고 하나씩 챙겨주신 거다”고 덧붙였다.

A씨는 “어렸을 때 친구도 없었다. 내 유일한 친구가 문방구 할아버지였다. 학교 끝나면 할아버지와 대화도 나누고, 바둑도 배웠다”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4살이 된 A씨는 문득 문방구 할아버지가 생각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할아버지를 뵙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A씨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기억 못 하시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문방구에 있는 불량식품, 간식 등을 모조리 다 사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받은 할아버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거스름돈을 챙겼다. 5천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서 A씨에게 줬다.

그렇다. 할아버지는 이제 거스름돈 계산하기도 힘드신 상황이었다. A씨는 그 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A씨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 기억 안 나세요? 10년 전에 할아버지한테 도움도 많이 받고, 같이 바둑도 둔 그 꼬마예요”. 할아버지는 전혀 기억을 못 하셨다.

그때, 문방구로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문방구 할아버지의 아드님이라고 했다. “저희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셔서… 기억을 못 하세요. 그래도 문방구는 기억하시는지 항상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계세요”.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치매 때문에 많은 기억들을 잊어버리신 문방구 할아버지. A씨는 꼭 감사하다고,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더이상 기억을 못 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고.

A씨는 “진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꼭 할아버지께 보답하고 싶었는데…”라며 사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