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10기’ 시동 건 尹 정부…이집트 3조 원 규모 사업 수주

이윤정
2022년 08월 26일 오후 1:03 업데이트: 2022년 08월 26일 오후 2:01

UAE 바라카 이후 13년 만의 쾌거
尹 “韓원전 기술력 입증…원전 생태계 복원에 큰 힘”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26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8월 25일(현지 시간)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6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러시아 JSC ASE 부사장과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이다.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총사업비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들여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형 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수원은 이번 계약으로 2023~2029년까지 기자재를 공급하고 80여 개의 건물·구조물 시공에 참여하게 된다. 원전은 열을 만드는 원자로와 원자로의 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터빈 등으로 분류된다. 원자로 건설은 러시아가 맡고 터빈 건물 등은 우리가 만들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원전 기자재 공급사들과 원전 건설 시공업체들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원전 일감 공급 등 원전 생태계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역내 중심국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으로, 아프리카 원전 시장 첫 진출 사례이기도 하다.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경험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엘다바 원전 사업 발주사인 JSC ASE의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본계약이 6월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새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체코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를 대상으로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5일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하고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원전 정책의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이번 계약 성사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체코·폴란드 등 중점 수주 대상국에 본격적인 원전 수출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수주에 대해 “대한민국 원전의 우수한 기술력과 안전성, 탄탄한 공급망이 입증되었다”라고 썼다. 이어 “이번 계약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저부터 발로 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우수한 원전을 알리고 원전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집트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계기로 체코·폴란드 등의 원전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