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표 영화감독 한목소리…“영상 창작자의 공정보상권 법제화해야”

이연재
2022년 08월 31일 오후 9:18 업데이트: 2022년 08월 31일 오후 9:37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영화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묻는 것이 넌센스처럼 여겨졌습니다. 저작권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빠른 시간 내에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탄탄한 제도로 안착하길 바랍니다. 그래야만 국내 창작자들이 세계 수준에 걸맞은 제도와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노력의 길 끝까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박찬욱 감독)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국회에 모였다.

영상 창작물의 저작권리와 수익이 제작사, 혹은 플랫폼으로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없애고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31일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DGK)이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DGK는 그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영상 창작자의 공정보상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영화 제작에 협력한 모든 사람의 지적재산권은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 현행 저작권법을 바꿔 창작자에게 저작물의 부가적 사용에 비례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우) | 에포크타임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글로벌 OTT 기업으로 인해 콘텐츠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그 환경에 걸맞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감독과 작가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역시 “저작권법 전체가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영화예술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법의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정주 의원 저작권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이날 대표발의자로 나선 유정주 의원은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 시청하면서 넷플릭스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냈지만, 정작 ‘오징어게임’의 저작자인 황동혁 감독은 추가적인 보상이 없었다”며 “이는 국내의 경우 영상물 제작자와 저작자인 감독 사이의 계약 관행 등 여러 가지 이유와 ‘저작권법’의 미비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정주 의원이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의 필요성과 내용’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이어 프랑스, 콜롬비아 등 해외 선진 저작권법을 사례로 들며 “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에 정당한 저작권법이 없다는 건 각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또 “2020년 약 6억 2500만 유로가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The 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Societies of Authors and Composers, CISAC)에서  영상물 저작권료로 징수됐다. 한화로 환산하면 8,261억 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이 안에 있을 우리의 몫을 받을 수 없다”며 “단 1%만 대한민국 콘텐츠 수익이라고 추정해도 82억 원이 국내 영상물 저작자에게 여러 방식으로 공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국가 경쟁력과 경제적 측면으로 봐도 저작권법 개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개정안 내용에 대해 ▲영상저작물의 저작자가 권리를 양도하거나 양도된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보상의 권리는 그와 무관하게 저작권자에게 남아있다 ▲최종 공급자가 영상 저작물을 제공하고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저작권자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영화계 대표 감독  “저작권법 개정 요구”

토론회 2부에서는 김한민(‘명량’, ‘한산’) 감독, 윤제균(‘국제시장’, ‘해운대’) 감독, 강윤성(‘범죄도시’) 감독, 강제규(‘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김용화(‘신과함께’ 1,2) 감독이 참석해 저작권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김한민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을 실패하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때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 케이블 방송에서 내 작품이 방송되더라. 도대체 저 영화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져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제균 DGK 대표는 “DGK 회원이 500명이 넘는데 평균 연봉을 조사해보니 2000만 원이 안 된다”며 “힘들고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우리가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론 도움을 받았으면 해서 저작권법 개정안 촉구에 감독조합이 앞장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데 이런 위상이 유지되려면 열정이 있는 후배 감독이나 작가들이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법안 개정을 고민하게 됐고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3년 넘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감독들은 시나리오를 개발하며 보내는 시간이 10년을 넘기도 한다. 그런데 거기에 쏟은 열정과 시간, 노력에 비해 정당한 보상을 못 받는다”며 “감독이 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강제규 감독도 “1년 전 감독조합으로부터 저작권료를 지급할 게 있다고 연락이 왔다. 십수 년 전 내가 만든 영화가 프랑스에서 방송돼 저작권료가 나와 전달한다는 거였다”며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그런 돈을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일단 작품이 판매된 이후엔 모든 권리가 투자자, 제작사에게 돌아가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없었는데 십수 년 전 영화가 방영돼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하니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창작자들이 부러웠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유럽 창작자들은 나름 자존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구나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영화계가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아직 개봉 못 한 영화가 100여 편이 넘는다”며 “이런 어려운 시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저작권법이 개선되어야만 우리가 떳떳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유정주 의원은 박홍근 의원, 윤영덕 의원과 함께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 에포크타임스

토론에 이어 유정주 의원은 ‘영상물 제작을 위해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물의 저작자는 영상물 최종 공급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박홍근 의원, 윤영덕 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