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중국인 입국금지’ 검토하던 날 ‘네이버 중국’ 만난 中共대사

남창희
2020년 03월 15일 오후 6:07 업데이트: 2020년 03월 15일 오후 6:15

세계 각국이 국경장벽을 강화하며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가 130곳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인 입국을 여전히 허용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대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대만은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고 경제 의존도가 높지만, 우한 폐렴 확산초기 철저하게 중국발 입국을 차단해 확진자 50명 안팎으로 감염확산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역당국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후베이성 방문객’으로만 결정짓던 지난 2월2일 당초 중국인의 관광목적 입국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말 바꾸기 했던 정황이 재조망되고 있다.

당일 방역당국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책회의를 열고, 오후 5시30분 보도자료에서 “관광목적의 단기비자는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시간 뒤 수습본부는 ‘단기비자 발급 중단 계획’이라는 문구를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고 바꾼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에는 중국 대사가 한국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 말라…WHO 권고 따라달라”고 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인터뷰는 전날(1일) 진행된 것으로 싱하이밍 중화인민공화국(중공) 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지 이틀만에 가진 첫 언론 인터뷰였다.

이날 인터뷰를 한 언론은 ‘네이버 중국’을 운영하는 콘텐츠 업체인 ‘차이나랩’이었다. 다른 한국 유수 언론을 제쳐두고 ‘차이나랩’이 신임 중공대사와 첫 언론 인터뷰를 따낸 것은 이례적이다.

네이버 ‘주제판’ 중국 | 화면 캡처

차이나랩은 ‘네이버 중국’을 운영하는 콘텐츠업체로 네이버 중국은 네이버 제공하는 주제별 콘텐츠 서비스 ‘주제판’의 중국 전문 코너다.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른 마스크 부족사태를 다룬 콘텐츠에서는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중국기업들의 부상을 은근히 부각시키기도 했다(세계 경제 마비인데…中 기업은 ‘코로나 특수’ 노린다).

당초 네이버 측에서 ‘주제판’을 구성하며 리빙·푸드·TV연예·뮤직·영화·여행·과학 등 일반적 주제를 선정한 데 반해 ‘중국’만 특정국가를 선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6년 네이버는 주제판의 주제별 운영을 언론사들과 합작한 회사에 넘겼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중앙일보와 합작한 차이나랩에 맡겼다.

그러나 차이나랩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중국에 대한 논조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주제로 한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주요기업·영화제작사·대학·씽크탱크·학자·언론인·정부기관·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친공산당 인사로 포섭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는 2008년 친중성향 대만기업가 차이옌밍이 대만 최대 미디어그룹 왕왕그룹을 인수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왕왕그룹은 중국시보 등 신문 5곳과 방송사 3곳, 뉴스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이들 매체는 중국 공산당 대한 불리한 뉴스를 보도하지 않거나, 중국 정치인, 기업인의 활동을 부풀려 보도한다. 이밖에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언론침투가 가까운 한국만 비켜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싱하이밍 중공대사는 지난달 4일 우한폐렴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를 따라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