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의원들, 존슨 총리 ‘화웨이 5G 장비 도입’에 반발…“위험성 높다”

캐시 허
2020년 03월 11일 오후 5:33 업데이트: 2020년 03월 11일 오후 5:35

영국 정가가 5세대 이동 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집권 보수당 중진 의원들은 영국 내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하는 ‘통신 인프라 법안 수정안’을 하원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날 하원 투표에서 찬성 282표, 반대 306표로 수정안은 부결됐다.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30~50여 명의 여당 의원들도 예상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전체 650석 중 365석을 보수당이 차지했으니, 50석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하원 투표는 집권 보수당 내 의원들이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들며 표결까지 추진한 첫 사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말 5G 통신 네트워크 공급망에 대해 화웨이 장비를 민감한 핵심 부문에는 쓰지 않고, 비핵심 파트로 한정해 점유율 35%를 넘기지 않기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보수당 중진 의원들은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만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도 화웨이 제품을 전면 배제하기 때문에 영국도 따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생산회사 화웨이는 미국에서 서방 기밀을 빼돌리기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기소당한 후 미국과 중국 사이 대치 국면에 빠졌다.

미국은 존슨 영국 총리 정부의 결정을 우려하며 재고할 것을 다방면으로 촉구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영국을 방문해 존손 총리를 직접 만나 정부의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고, 미 의원들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은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덩컨 스미스 보수당 의원 등이 내놓은 통신 인프라 법안 수정안은 ‘영국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국가사이버보안센테(NCSC)가 고위험 업체(high risk vendors)로 분류한 곳을 2023년부터 불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스미스 의원은 수정안 상정 전 토론에서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 20년간 다른 기술기업보다 저가로 입찰해왔다”면서 “그 결과 영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존스 보수당 의원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위험’을 인정하고 그 기업(화웨이)이 생산한 하드웨어를 설치하려는 정부의 열망을 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보수당 의원은 표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의원과 존슨 총리가 화훼에 대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데 영향 미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와 반대 입장에서, 영국 최대 유선 통신사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전 회장이자 화웨이의 고문인 마이크 레이크는 영국이 필요로 하는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화웨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공개서한에서 “화웨이 5G 장비를 더 제한하거나 기존 4G 장비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중국과 무역관계를 훼손하고, 정부의 광대역 통신 개발 사업의 야망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