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위원장 “中 기업 상장폐지, 중국 결정에 달렸다”

한동훈
2022년 07월 23일 오후 6:14 업데이트: 2022년 07월 23일 오후 8:20

미국이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을 2024년부터 상장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뉴욕증시에 상장된 200여 개 중국 기업이 상장 폐지를 회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중국 정부와의 협상이 “건설적”이었다면서도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협상은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회계감독기관은 미국 법에 따라 중국 기업의 회계 관련 자료를 필요한 만큼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허용될지는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SEC는 지난해 말 ‘외국회사문책법(HFCAA)’ 시행 방안과 세부 규정을 최종 확정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은 외국 기업이 미국 회계감사 기준에 3년 연속 미달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회사문책법’ 시행 3년째를 맞는 2024년 봄부터 중국 기업들의 무더기 상장 폐지가 예상되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미국 SEC와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 5월 협상이 순항 중이라는 중국 당국의 성명이 발표됐는데, 이번에 건슬러 위원장이 사뭇 다른 이야기를 내놓은 상황이다.

‘외국회사문책법’ 자체는 2020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상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고, 곧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약 1년 만인 2022년 1월 발효됐다.

이 법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 난 2002년부터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문제로 대립해왔으나 20년 넘도록 해결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미국의 회계감사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중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의 전체 회계감사 보고자료를 넘기면 국가안보와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없다며 버텨왔다.

하지만, 2020년 ‘루이싱커피(瑞幸咖啡)’의 대형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지면서 수조 원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자, 미 의회에서 관련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현재까지 중국(홍콩 포함)은 뉴욕증시에 상장한 50여 개국 가운데 미국 회계감사를 거부하는 유일한 국가다.

‘외국회사문책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이 매년 발표하는 사업보고서에 중국 정부가 소유한 주식 비중과 이사회 내 중국 공산당원의 이름이 실릴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국 SEC는 지난 3월 외국기업문책법 시행을 본격화하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상장 폐지 예정 기업 목록’을 공개했다. 6월말 기준, 이 목록에 실린 중국 기업은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소셜미디어 웨이보, 검색엔진 바이두 등 15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