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6세 피겨 대표 은퇴 선언…아버지, 中 공작원 사건 연루 한달만에

정용진
2022년 04월 13일 오후 1:12 업데이트: 2022년 04월 13일 오후 5:57

중국계 알리사 리우 아버지, 中 스파이 사건 피해자로
톈안먼 사건 후 미국으로 건너와 변호사로 자수성가
中 공산당, 리우 아버지 ‘반체제 인사’로 낙인…스토킹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대표 알리사 리우(16)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그녀의 아버지가 중국 공산당 스파이로부터 압력을 받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리사 리우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5세 때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해 빙판 위에서 11년을 보내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많았다”며 “내 스케이트 경력에 매우 만족한다. 이제 빙상에서 목표를 이뤘기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점프 난조를 보이며 7위를 기록한 리우는 지난달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미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은 6년 만이다.

이후 다음 대회 출전을 놓고 가족과 상의한 끝에 은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16세라는 어린 나이라는 점에서 팬들과 피겨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달 전 그녀의 아버지가 겪은 사건과 관련성이 거론된다. 이 사건이 리우의 은퇴와 관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리우의 아버지인 아서 리우는 지난 3월 AP통신에 미국 법무부가 조사 중인 미국 내 중국 스파이 공작 사건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다만, 피의자가 아니라 스파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로 등록됐다.

이 사건은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은 5명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반공 인사들을 스토킹하고 압력을 가한 혐의로 형사기소된 사건이다. 아서는 법무부 기소장에 ‘반체제 인사 3번’으로 기재됐으며, 딸 알리사는 ‘가족’으로 표기됐다.

26일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2022 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메달리스트들. 왼쪽부터 은메달을 딴 벨기에의 로에나 헨드릭스, 금메달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동메달 미국의 알리사 리우. | AP/연합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공산당의 인권 탄압에 실망해 미국으로 건너온 아서는 식당에서 일하며 영어를 익혔고, 대학에 입학해 MBA와 법학 학위를 취득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아서가 작년 10월 미 연방수사국(FBI)로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공산당 스파이들의 공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아서는 작년 11월 미국 올림픽 대표팀 관계자를 사칭하며 자신과 딸의 여권번호를 요구하는 남성의 전화를 받았으나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추후 법무부 조사에서 이 남성은 중국 공산당 공작원 매튜 지브리스였으며 올림픽 대표팀과는 무관했다. 지브리스는 이번 스파이 사건으로 법무부에 기소당한 5명 중 한 명이며 현재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해, 알리사 리우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신변 보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