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대, 코로나 봉쇄에 청소년 우울증 끝 극단 선택…아버지 “봉쇄 연장? 할 말 있다”

이현주
2021년 04월 27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4월 28일 오전 10:46

딜런 버크너의 침실은 스포츠 트로피로 가득 차 있고, 벽은 축구 스타들의 포스터로 도배된 전형적인 10대 소년의 방처럼 보인다.

딜런의 아버지 크리스 버크너 씨는 아들이 빠르게 달리는 치타를 유독 좋아했다며 치타의 사진과 인형 등을 가리켰다. 그는 딜런과 함께 낚시해서 잡은 첫 물고기의 실물 크기를 본뜬 모형품을 향해 손짓하기도 했다.

딜런이 사망하고 3개월이 흘렀지만, 방 안에 있는 물건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부모는 이렇게 해서라도 아들과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2021년 1월 7일, 18세 소년 딜런은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조치로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들어가 투신해 사망했다.

크리스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폐쇄 기간과 국가의 격리 조치가 점점 길어지자 딜런의 정신 건강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딜런 버크너가 어렸을 때부터 벽에 붙여진 사진.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봉쇄 조치로 우울증이 악화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딜런의 아버지 크리스 씨가 자택에서 사진첩을 살펴보고 있다.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그는 “아내 카렌은 이따금씩 딜런의 침대에서 잠을 잔다”며 “미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친구들과의 교류와 외출의 자유를 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집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온라인 줌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정신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의료진들은 코로나19가 다음 세대에 끼치는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8살 정도 어린아이들 중 일부가 의도적으로 찻길에 뛰어들거나, 약을 과다 복용하는 등의 자해를 한다고 보고했다.

한 정신건강 전문가는 지난해 8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해 “전염병 속의 또 다른 전염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찾아온 가족의 위기

크리스 씨는 아들에게서 왜 눈에 띄는 우울증 증상이 보이지 않았는지, 10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해 봉쇄 조치와 학교 폐쇄가 어떻게 재검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크리스 씨가 딜런의 침실부터 지하 운동실까지 집 구경을 시켜줄 때, 반려견 릴로가 조용히 그를 뒤따랐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크리스 씨는 릴로에게서 큰 위안을 얻었다.

크리스 씨는 딜런과의 추억을 묻는 말에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나는 그냥 아들의 모든 것이 그립다. 아들과 서로 껴안고, 대화하는 것이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아들이 커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중에 결혼해 자식을 갖는 것을 지켜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사라졌고, 다신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딜런의 남동생 이던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크리스 씨는 “이던에게 딜런은 ‘멋진 형’이었다”고 회상했다.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방에 앉아 사색에 잠긴 아버지 크리스 버크너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딜런의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반려견 릴로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1월 7일 사건 당시, 딜런의 친구들은 크리스 부부에게 딜런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내 카렌 씨는 아들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아들이 집 근처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크리스 씨가 미친 듯이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갔지만, 호텔 앞에 도착한 경찰차들을 보고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대들의 자살이 코로나19 대유행이나 학교 폐쇄와 연관 있는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의 엇갈리지만,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네바다주 학교들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 2020년 3월 이후 3100건의 정신 건강 증상 발현을 추적했고, 12월까지 학생 18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해당 지역 학교들은 재개교를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1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유병률 및 사망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조사 대상 미국인 5412명 중에서 41%가 정신이나 행동 건강 이상 징후를 1건 이상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8~24세 사이의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왔으며, 응답자 중 75%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 건강 이상 상태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딜런이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우울증을 약간 앓고 있었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에게서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도 전혀 없었고, 부모에게 도움의 손길도 내밀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딜런은 미식축구팀의 스타 쿼터백이었고, 학점도 평균 4.7점으로 우수했으며, 디비전 III(Division III)에서 미식축구를 함께 하자는 여러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한때 자신에게 기쁨을 주었던 삶의 측면들을 갑자기 빼앗기기 전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사실, 1월 호텔 투신 사건은 딜런의 두 번째 자살 시도였다. 앞서 그는 지난해 9월에 다리에서 투신한 바 있다.

크리스 씨는 “나는 아들이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할 때까지는 완벽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딜런의 방에 가지런히 진열된 모자와 신발들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생전 딜런이 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하 운동실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이어 “딜런은 훌륭한 학생이었고, 운동 실력도 매우 뛰어났으며, 무슨 일이든 다 잘하려고 했다”고 생전 아들 모습을 떠올렸다.

크리스는 “돌이켜보면 딜런의 우울증은 팬데믹과 봉쇄 조치로 더욱 악화됐다”며 코로나19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들의 죽음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일리노이주에서 봉쇄 조치를 본격화할 당시, 딜런은 7대 7 봄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학교는 문을 닫게 됐고, 학생들은 반나절 동안 온라인 줌을 통해 수업을 들어야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딜런은 보통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축구와 관련된 일을 했다.

처음 30일에서 45일 동안의 봉쇄 조치는 많은 사람에게 그저 불편한 일이었을 뿐이고, 딜런도 처음에는 봉쇄 조치를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 딜런은 체계가 없는 시간들을 스스로 보내야 하고,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과 사교 활동 등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점점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여름이 다가왔지만, 전염병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결국 여름 축구 활동도 모두 취소됐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리노이주 당국은 미국의 다른 주들과는 달리 미식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대부분을 올 가을에 열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보통 9월 초에는 공식적인 축구 연습과 경기가 있다. 딜런이 처음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때가 바로 이때였다.

크리스 씨는 “우울증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면서도 “전염병, 봉쇄 조치, 구조 상실, 친구들과의 교류가 없는 것,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난 9월 아들의 자살 충동을 유발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런과 비슷한 이야기는 최근 몇 달 사이에 속속 등장했다. 일리노이주에 사는 리사 무어 씨는 현재 주(州)의 봉쇄 조치가 아들 죽음의 ‘가까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고소했다.

크리스 씨는 코로나19 대유행은 복잡한 문제이고,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일리노이주가 조치를 잘했더라면, 아들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봉쇄 조치 기간이 더 짧았더라면, 그리고 다른 주에서처럼 축구를 하는 것을 허용했더라면, 딜런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대응 조치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치료법이 개선됐고, 이제는 백신 접종도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학교의 동료 선수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딜런(앞줄에 한쪽 무릎 꿇고 않은 선수)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그는 “이에 대응해 적절하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딜런의 첫 자살 시도 이후, 크리스 부부는 아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몇 달 동안 수많은 입원 치료 및 외래 치료를 받게 했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청소년용 우울증 치료약도 먹여봤고, 대화 치료도 받게 했다.

크리스 씨는 “하지만 결국,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는 아들에게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딜런의 정신 질환은 치료제를 잘 알지 못하거나,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여러 형태의 암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크리스 씨에 따르면, 정신 질환은 십대들이 부모에게 유병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는 점에서 약물 남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울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증상의 일부가 부담이 되며, 부모에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말하면 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딜런이 극단적 선택을 처음 시도했을 당시인 지난해 9월,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은 크리스 씨는 처음엔 당국이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생각했다. 딜런의 경우, 결별 조짐 등 뚜렷한 대인관계 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방에 있는 크리스 버크너 씨.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딜런 버크너의 방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크리스 씨는 “우리 부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결국 아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나는 많은 사람이 정신 질환과 싸우다가 결국 싸움에 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게으른 마음은 악마의 고정 관념처럼 여겨진다. … 나는 이 말이 절대적으로 적용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신경과학 조교수이자 프린스턴대학의 건강심리학 초빙교수인 니콜 아베나 박사는 지난해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신 건강 문제는 국가 보건 위기로 ‘절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나 박사는 “사람들은 제2의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나는 자살 증가와 약물 과다 복용, 음주 등으로 이미 펼쳐지고 있는 정신 건강 위기라는 제2의 물결을 맞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씨는 학교 폐쇄 문제에 대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훨씬 더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줌이나 다른 원격학습을 통해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학생들은 집에 머무는 결정을 스스로 내렸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십대 학생들 대부분은 그러한 선택권이 없다.

뉴욕의 정신과 전문의인 즈라틴 이바노프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울증 사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면서 “최근 불안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일상과 사소해 보이는 소소한 즐거움 등을 놓치는 것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완화하는 데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그것이 사람들 삶에 미칠 심리적 영향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바노프 박사는 “사람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며 “사람들은 자기 자신처럼 느껴지지 않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불안하거나 잠을 잘 수 없을 때 갑자기 공황 발작을 경험하면서 나를 찾아온다”고 전했다.

딜런 버크너의 방
사진첩에 담겨진 딜런의 생전 모습

크리스 씨는 아직도 아들의 우울증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는 “딜런은 감정 이입을 잘하는 아이였다. 다른 부모들이나 자살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에, 감정 이입을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 문제를 듣고 그 고통 일부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크리스 씨에 따르면, 딜런 주변에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많았고, 딜런은 그들의 친구이자 멘토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다니기 이전에도 딜런은 여름캠프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부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경기가 힘들었거나, 패배했을 때도 딜런은 항상 팀원들 상태를 걱정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자살은 이미 청소년들에게 큰 문제가 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8년 10~34세 사이의 사망 원인 2위가 자살이었다. 그해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10만 명당 6.2명)보다 4배(10만 명당 22.8명) 가까이 높았다.

크리스 씨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십대들을 위해 메시지를 남겼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상황은 언젠가 나아진다. 너희들이 느끼는 고통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부모는 조건 없이 너를 사랑한다.”

그는 부모나 믿을 수 있는 어른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 일 때문에 당황하지 마라. 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도움을 받길 바란다.”

크리스 씨는 “정신병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이런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물론, 이와 관련된 오명을 제거하기 위해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크리스 씨는 가족이 느끼는 고통은 여전히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 크리스 씨는 아이를 잃은 또 다른 부모들과 줌 미팅을 가졌다. 이들 중 누군가는 자살로 아이를 잃은 지 2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슬픔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 씨는 “자살로 아이를 잃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자살한 사람은 한 번만 죽지만, 생존자는 천 번 죽음을 곱씹으며 그 이유와 잘못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씨는 둘째 아들 이던을 축구 연습장에 데려다줄 준비를 하면서, 18년 동안 딜런을 키운 것은 행운이었으며, 아들이 원했을 것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 버크너 씨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딜런의 사진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