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인권법,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별개…지장 없을 것”

이멜 아칸(Emel Akan)
2019년 12월 3일 오후 1: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는 2개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홍콩 법안 제정이 양국 간 미중 1단계 무역 협정을 타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몇몇 경제 분석가들은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홍콩 씨티은행의 요한나 추아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법안을 통과시킨 시점이 미중 양국 간 정치적 긴장 상태이므로 1단계 무역 협정을 지연시킬 수도 있겠지만, 양측 모두 홍콩 문제와 무역협상을 별개 사안으로 다루기 때문에 2020년 초까지 1단계 무역협정이 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 9월 1일 1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 조건으로 9월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에 대한 철폐도 주장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달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양국의 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홍콩 법안에 서명하기 하루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협정을 마무리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다”면서 양측이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법안에 서명하며 “이 법안은 중국과 홍콩의 지도자와 대표자들이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극복해 오래도록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제정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추아는 “미 의회가 강력하게 지지했기 때문에 (홍콩) 법안이 제정된 것은 필연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두 개의 법안은 지난달 19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하원에서 20일 417 대 1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가결됐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도 법안은 다시 의회로 돌아가 3분의 2 찬성을 얻어 재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제정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이었다.

추아는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없이 법안이 자동 발효되기를 바라기도 했다”라며 이럴 경우 미국이 중국에 도전적인 자세를 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도 거부도 하지 않을 경우 법안은 12월 3일 자동 발효된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에 따라 미 국무장관은 매년 홍콩이 특별지위권을 누릴 수 있는지 검토한다. 이 법안에는 홍콩의 인권을 억압한 중국과 홍콩 정부 관리를 제재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법안은 미국이 홍콩 경찰에 시위 진압용 물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법안 서명 이후 홍콩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두 차례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이 법안이 중국 경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조치로 인식했다.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살펴볼 때, 홍콩 전체 교역 중 대(對)중국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홍콩은 중국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금융허브이며, 자본 공급원이다.

1단계 무역 합의

지난 10월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지적재산권, 금융 서비스, 농업에 대해 원칙적으로 부분적 무역 협상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2~3단계 무역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1단계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16개월간의 미중 무역전쟁에서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아이오와주에서 양국 정상이 무역 협정에 서명하자고 제안했다.

비즈니스 전략 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Albright Stonebridge Group) 회장 에이미 셀리코 또한 CNBC와 인터뷰에서 “홍콩 인권법이 무역 협상을 무산시킬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제안했다.

경제 연구 컨설팅 회사 캐피털 이코노미스트의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는 BBC와 인터뷰에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의욕과 유인책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긍정적으로 미중 협상을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법안에 서명한 다음날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해 “강력한 대응책”을 취하겠다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에서는 지난달 28일 테리 브랜스타드 주중 미국 대사를 불러 홍콩 법안 통과에 대해 항의했다.

미중 양국 간 긴장으로 11월 29일 증시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는 S&P 500과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가 짧은 기간에 0.4% 하락했다. 홍콩 항셍(Hang Seng) 지수는 2% 하락하면서 아시아 시장도 동반 하락세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