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번째 주 탄생할까? 하원, 20일 워싱턴DC 주 승격 여부 표결

이현주
2021년 04월 17일 오후 10:2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7일 오후 10:44

미 하원 규칙위원회 따르면, 하원은 오는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를 현행 컬럼비아특별구에서 주(州)로 승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붙인다.

앞서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하원은 다음주 19일 이 법안에 대한 승인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예정보다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민주당 캐럴린 멀로니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25대 19 표차로 사전 심사를 통과했다.

법안은 미국 수도의 범위를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부속건물과 다른 주요 정부건물이 집중된 지역으로 한정하며 나머지 지역을 ‘워싱턴 더글러스 커먼웰스 주’라는 명칭의 미국 제51번째 주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도 비슷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당시 공화당이 과반이었던 상원에서 기각됐다.

이번에도 상원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는 잃었지만, 총 100석 중 50석을 갖고 있어 민주당 자력 통과가 어렵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지만, 공화당은 소수당 자격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지연)를 통해 이를 저지할 수 있다.

민주당이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총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즉, 민주당이 공화당에서 10석 이상의 이탈표를 얻어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이 법안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톰 카퍼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상원 법안(S.51)에는 민주당 내부 지지의원이 (최소) 44명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아직 지지 약속을 못받은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과 키어스틴 시너마 의원은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추진하려던 필리버스터 제도 변경 혹은 철폐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래저래 독자 행보를 걷고 있는 중이다.

멀로니 의원은 지난 주하원 감독위원회에서 법안이 사전심사를 통과하자 “평등과 공정성 그리고 건국자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 법안이 의회의 공정성을 해치며 권력을 독점하려는 민주당의 욕심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앤디 빅스 의원은 “민주당은 자신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정치 지형을 영구적으로 고착시키려 과욕을 부리며 터무니없는 DC 주 승격 법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빅스 의원은 “공원보다 작은 수도권을 만들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며 일개 주 정부가 규모가 너무 작으면 수도, 전기 등 인프라 사업만으로도 (바이든) 연방 정부에 굴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주 승격이 말은 좋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주정부를 하나 더 늘리는 일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DC를 새로운 주로 승격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미국 수도는 주가 아닌 별도의 항구적인 독립체로 지정돼 있다.

이는 “특정 주가 미합중국에 양도하고, 연방 의회가 이를 수령함으로써 미합중국 정부의 소재지가 되는 지역에 대하여는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독점적인 입법권을 행사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어떠한 주가 연방정부에 양도하는 지역을 수도로 삼는다는 것인데 그 지역이 주가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견해에 따라 헌법 개정을 해야한다면 주 승격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미국에서 헌법 개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 개정안(개헌안)을 상정하려면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 3분의 2가 찬성하거나, 전국 주의회 3분의 2(즉, 50개 주 중 34개)가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한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해야 한다.

이후 모든 주의회 4분의 3이 개헌안을 비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각 주별로 개헌안에 대해 투표를 하거나 유권자 대표들로 구성된 비준 회의를 열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로 1992년부터 지금까지 한 건의 헌밥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제임스 맥거번 하원 규칙위원장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