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란드의 “미군 통해 우크라에 전투기 지원” 제안 거부

한동훈
2022년 03월 9일 오후 5:28 업데이트: 2022년 03월 9일 오후 5:35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전투기를 ‘우회’ 제공하겠다는 폴란드의 제안에 대해 “너무 위험한 판단”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이날 폴란드 외무부 발표에 대해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폴란드 외무부는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28대의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독일의 미 공군기지에 보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청과 관련, 폴란드는 자국의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하는 대신 미군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에도 “이에 걸맞은 작전 능력을 갖춘 중고 항공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커비 대변인은 “독일의 미군·나토 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분쟁 중인 영공으로 날아갈 것이라는 전망은 나토 동맹국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일으킨다”며 “실효성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커비 대변인은 또한 “폴란드가 보유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동할지는 전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내릴 결정”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지원을 동맹국들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의 앞서 빅토리아 눌란드 정무차관 역시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폴란드의 미그기 지원 제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우리와 사전 협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서방 국가들에 전투기와 무기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과 나토 수뇌부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미국이나 나토 전투기와 러시아 전투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할 수 있어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데 참여한 모든 국가에 대해 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6일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소속 항공기가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자국 공항시설 이용을 허용한 모든 국가를 분쟁 개입국으로 보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은 나토와 유럽연합(EU) 모두 원치 않는 상황이다. 유럽 전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일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나토 소속 항공기를 우크라이나로 직접 출격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 나토는 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지원하면, 미국은 그 대신 폴란드에 미국제 F-16를 제공해 안보 공백을 메워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힌 바 있다.

미그-29 전투기가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들이 추가적인 훈련 없이 바로 탑승해 출격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안대로 이뤄지더라도 독일의 미 공군기지를 이용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폴란드가 전투기를 제공해 새로 도색하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독일 기지로 이동해 출격한다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과거 소련연방에 포함됐던 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 역시 소련제 미그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어 지원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양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현재까지는 지원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