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펜타닐 유통채널 된 SNS…“피자 주문만큼 쉽다”

케이티 스펜스
2023년 03월 9일 오후 3:52 업데이트: 2023년 03월 9일 오후 3:52

2020년 7월 25일, 당시 20살의 매튜 토마스는 진통제인 줄 알고 약물 하나를 복용했다. 매튜는 얼마 뒤 펜타닐 중독의 희생자가 된 채 사망했다.

그에 앞서 2019년 1월 26일, 오스틴 밥콕은 코카인이라고 생각하고 마약 하나를 복용했다. 해당 마약에는 펜타닐이 들어 있었고, 오스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펜타닐에 중독돼 사망했다.

오스틴의 어머니 에이프릴 밥콕과 매튜의 어머니 웬디 토마스는 불법 펜타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에이프릴은 비영리 단체 ‘펜타닐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설립했고, 마찬가지로 웬디 또한 ‘매튜의 목소리’를 설립했다.

이들은 에포크타임스에 불법 펜타닐을 구하는 일은 피자를 주문하는 일만큼이나 쉽다고 전했다.

에이프릴은 “‘펜타닐로 잃어버린 목소리’에 참여하는 모든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들의 아이들은 배달 앱으로 피자를 주문하듯 SNS로 마약을 주문했다. 심지어 펜타닐은 무척 싸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

에이프릴의 아들 매튜는 처방을 받아야 하는 진통제인 퍼코셋을 복용하려고 하다가 펜타닐에 중독됐다. 에이프릴은 “SNS에는 위조된 가짜 약들이 판친다. 아이들은 모른 채 죽음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타닐의 치사량|미 마약단속국(DEA)

유족 “피해 규모, 실제보다 적게 추산”

미 시민단체 ‘펜타닐에 반대하는 가족들’은 2021년 기준 18세에서 45세 사이의 미국인 사망 원인 중 펜타닐 중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23세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4765명이 합성 오피오이드 복용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2018년 1984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에이프릴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상당히 적게 추산·보고되고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이프릴은 “(내가 아는) 한 가족의 경우, 집에서 펜타닐이 발견됐고 이에 따라 사망한 자녀의 사인이 펜타닐 과다 복용인 것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고 사망 진단서에는 코카인으로 사망했다고 적혔다”고 예를 들었다.

에이프릴에 따르면, 현재 해당 가족은 ‘메릴랜드주 내 모든 병원에서 펜타닐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이프릴은 “아직 펜타닐 검사를 하지 않는 곳이 많고, 따라서 펜타닐 통계는 올바르지 않게, 실제보다 매우 낮게 수치가 집계된다”고 지적했다.

‘펜타닐로 잃어버린 목소리’ 소속 회원은 2만4000명이 넘는다. 에이프릴은 매일 펜타닐 중독으로 자녀를 잃었다는 부모의 소식을 접한다며 “미국 정부는 국민에게 펜타닐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했던 것처럼 펜타닐도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8년 가짜 약을 먹고 사망한 당시 19세 프란시스코 차베스|[좌] 미 마약단속국(DEA), [우] Seanna Leilani via AP/연합뉴스
사망자 줄잇는데…학교, 펜타닐 심각성 무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0년에는 총 9만1799명의 약물 관련 사망자가 보고됐다. 2021년에는 10만6719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 모두 사망자의 약 82%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오피오이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에서도 펜타닐이 가장 흔했다.

웬디는 “아들 매튜는 진통제로 추정되는 약을 복용했는데 그게 펜타닐이었다. 매튜가 죽은 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놀라웠던 점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불법 펜타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튜가 조금만 더 일찍 불법 펜타닐을 알았더라면…”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2022년 미 마약단속국은 미국 전역에서 거래되는 가짜 처방약 10개 중 6개꼴로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용량의 펜타닐이 함유돼 있다”고 경고하는 공공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마약단속국 관계자는 “이러한 약들은 멕시코 카르텔에 의해 대량 생산되고 있다”며 “직접 처방받지 않은 약은 절대로 복용하지 마라. 친구가 준 약도 절대로 복용하지 마라. SNS에서 구입한 약도 절대로 복용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마약단속국은 아울러 ‘단 한 알이 사망을 부를 수 있다(One Pill Can Kill)’는 슬로건을 내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찰리 테넌의 부모가 설립한 또 다른 비영리단체 ‘송 포 찰리’는 가짜 약을 만드는 데 펜타닐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청소년이 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한 2018년 이후 약물로 인한 10대의 사망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으며, 대부분 펜타닐로 인한 사망이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펜타닐 및 위조 약물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이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2018년 트레이시 리터의 아들 에반 리터는 우발적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트레이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부모가 자녀가 중·고등학생일 때 약물 복용을 하는 것을 경험한다”며 “나와 남편은 에반에게도 잠시 거쳐가는 과정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미국의 청년들은 모두 이런 일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현재 트레이시는 콜로라도주 마약 위기 대응 실무 그룹의 공동 의장을 겸임하는 한편 ‘콜로라도주의 회복을 위한 변호사회’ 소속 가족 지원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에이프릴은 “13살, 14살 아이들이 펜타닐에 중독된 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들은 자기가 중독된 줄도 모른다. 심지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펜타닐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때”라고 토로했다.

“일단 펜타닐에 의존하게 되면, 펜타닐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 악명 높은 마약인 헤로인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펜타닐에 비교하면 헤로인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시애틀 거리에서 펜타닐을 피우는 한 노숙자|John Moore/Getty Images

사회적 경각심 필요…SNS 적극 활용해야

트레이시는 “아들 에반은 중학생인 13살 무렵 마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린 나이에 마약 복용을 시작하면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따라서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

트레이시는 사회적으로 증가 추세인 약물 중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정신 건강은 물론 약물 사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교육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 스스로가 중독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하는 문화가 자리 잡히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게 트레이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스냅챗, 인스타그램 같은 SNS상에서 캠페인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을 통해 펜타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에이프릴은 “정부는 코로나19 때 이 같은 캠페인을 실시했다”며 청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인 펜타닐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바로 직전 해인 2022년의 약물 과다 복용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콜로라도주 행동건강국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서한에서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청소년의 약물 사용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