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립 선언한 中에 경고 “러시아 돕는지 지켜볼 것”

한동훈
2022년 03월 17일 오후 4:16 업데이트: 2022년 03월 18일 오후 4:24

미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공산주의 중국(중공)에 경고했다. 중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런 태도는 실질적으로 러시아에 도움이 되고 있다. 뒤에서 러시아에 물자를 지원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각) NPR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반대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이런 침략을 반대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와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중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립을 주장하고 있다. 중공은 러시아와 동맹 아닌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도 경제·군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중공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은 우크라이나가 넘겨준 바랴그함을 수리·개조한 것이다.

리커창 중공 국무원 총리는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국민의회 격)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적으로 협상할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화·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서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메시지였다.

양제츠 중공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14일 로마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 자리에서 “중국은 화해와 담론을 촉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설리번 보좌관이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 요청을 했고, 중국은 이를 확실하게 거절하지 않고 지원 의향을 내비쳤다’며 압박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하지만 중공은 전쟁 3주째가 넘어가도록 ‘침공’, ‘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공 관영매체 CCTV의 글로벌 채널인 CGTN은 영어 등 현지 언어로 러시아 측의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전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는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명확히 반대하고, 러시아에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기대한다”며 중공의 분명한 태도 표명을 촉구했다.

또한 “중국이 정말로 어떠한 방식으로 러시아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면, 상황은 더욱더 나빠질 것이다. 미국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러시아에 경제·금융 제재를 가하는 한편, 중공이 러시아에 ‘우회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중공이 러시아에 직접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는 중국 정부가 군사 장비를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에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수도 있다고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은 체첸 공화국과 시리아를 침공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한다고 경제 제재를 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 같은 침공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각국 기업은 러시아에서의 업무를 중단했다. 이 여파로 러시아는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제재를 추진하면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 기업·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도왔다는 사유만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