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서 도미니언 투표장비 ‘비밀보고서’ 논란 가열

하석원
2022년 01월 31일 오전 10:48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45

판사 지시로 ‘모든 권한’ 부여받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
12주에 걸쳐 도미니언 장비 분석 후 취약점 보고서 제출
수개월간 미공개로…최근 현지 언론보도로 의혹 재점화
논란 휘말린 주무장관, 법원에 “보고서 공개” 요청

미국 조지아주에서 도미니언社 전자투표장비의 취약점을 분석한 ‘비밀보고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주정부까지 나서서 법원에 이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다. 현재 이 보고서는 ‘컬링 대 라펜스퍼거’ 소송 사건의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돼 판사와 원고·피고 양측 변호사들에게만 열람이 허용됐다.

피고 측인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무장관(공화당)은 26일(현지시각) “(이 보고서로 인해) 조지아에서 사용되는 도미니언 투표장비에 대해 오해 소지가 있는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며 법원에 공개를 촉구했다.

문제가 된 언론보도는 이날 발행된 애틀랜타저널(AJC) 기사다. 미시간대 컴퓨터보안센터 알렉스 핼더만 소장이 원고 측 전문가 증인 신분으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도미니언 투표장비를 12주간 분석해 총 2만5천 단어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 법원에 비밀리에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AJC는 “핼더만 소장은 해커들이 장비에 접근할 경우 투표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법원 기록에도 핼더만의 보고서에 ‘해커가 선거관리시스템 컴퓨터에 손쉽게 접근해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언론보도에 라펜스퍼거 주무장관은 “선거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원에 핼더만 보고서 공개를 요청한 것 역시 의혹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 2020.11.6 | 로이터/연합

그는 “핼더만 박사가 판사에 의해 도미니언 장비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의 보고서는 객관적이거나 학술적이지 않다. 전자투표시스템에 반대하는 개인의 주장”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이어 “대중이 직접 보고서를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도미니언 장비, 해커 침투에 취약”

재판부 에이미 토텐버그 연방지법 판사는 라펜스퍼거 주무장관에게 보고서 수정본을 검토하도록 한 후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토텐버그 판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자다.

원고 측은 라펜스퍼거의 보고서 공개 요청을 일종의 언론 플레이로 판단하고 비판했다.

원고 측 데이비드 크로스 변호사는 “뒤늦게라도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잘된 일”이라며 “라펜스퍼거는 법원과 핼더만 소장이 그동안 보고서 공개를 꺼렸던 것처럼 암시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크로스 변호사는 “우리는 지난 수개월간 보고서 일부를 수정해도 괜찮으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이를 거부한 것은 라펜스퍼거 측”이라며 “작년 7월 라펜스퍼거가 공개를 거부한 진술내역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가 나온 지 수개월이 지났고 켐프 주지사가 선거시스템 취약점 해결을 요청했지만, 라펜스퍼거는 이를 무시했다. 고의적으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선거는 각 주와 하위 지방자치 단위인 카운티에서 치러진다. 각 주의 선거 관련 사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주지사가 아니라 주무장관(주 국무장관)이다.

크로스 변호사는 “선거 시스템의 무결성을 책임져야 할 라펜스퍼거는 주지사의 지시,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이번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선거시스템의 안정성 논란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주지사와 선거관리 책임자인 주무장관이 미묘하게 갈등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26일 성명에서 “주무장관은 즉각 이 보고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 결과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주무장관은 선거시스템·절차·장비의 완전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음을 조지아 주민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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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도미니언 투표 시스템 직원이 투표기를 시연하고 있다. 2019.11.13 | AP/연합

한편, 미국 4대 선거장비 제공업체의 하나인 도미니언 최고경영자(CEO) 존 풀로스 회장은 라펜스퍼거 주무장관 성명과 관련해 “핼더만 소장은 절차적, 기술적 안전장치를 포함해 모든 보안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풀로스 회장은 또한 “조지아의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실과 증거를 제시하려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도미니언 선거 시스템은 결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대선 경합주였던 조지아에서는 풀턴 카운티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각종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고, 라펜스퍼거 측 조사관은 “대규모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부정행위 증거를 제시했지만, 라펜스퍼거는 “선거는 대체로 순조롭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핼더만 보고서가 증거물로 제출된 소송은 조지아에서 전자투표를 금지하고, 종이투표용지를 사용한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유권자가 알아볼 수 없는 큐알(QR)코드 생성에 대해 “관련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아 법에서는 전자투표를 하더라도, 유권자가 자신이 기표한 대로 입력됐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종이투표지를 출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핼더만 소장은 관련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