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발목 잡힌 중공 반도체…기술경쟁서 도태 위기

류지윤
2021년 05월 11일 오후 10:39 업데이트: 2021년 05월 12일 오전 9:25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첨단화가 지연되고 있다.

닛케이 신문의 조사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중국의 주요 제조업체 7곳은 세계 첨단 칩보다 2~3세대 뒤처진 14~28나노급 칩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세대 칩이 여전히 주력 제품인 업체도 드물지 않다.

조사에 응한 업체 관계자들 다수가 미국의 대중 제재가 해외 부품∙소재 구매에 큰 장애물이며, 자국 부품과 소재로 대체하면서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고 답했다.

상하이 마이크로전자(SMEE)의 한 엔지니어는 “우리의 주력 광각기 제품은 90나노급모델이다. 우리의 28나노급과 14나노급 모델은 품질 면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노광기(EUV)를 상용화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다.

중국 반도체 마이크로화 지연

닛케이의 이번 인터뷰는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제조 장비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 2021’(Semicon China 2021) 행사에서 이뤄졌다. 닛케이는 중국 내 20여 개 제조업체와 접촉했지만, 본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한 업체만 포함시켰다.

응답자들이 중국의 반도체 마이크로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식각공정 (Etching)에 강점이 있는 중국 AMEC의 한 연구원은 이 회사가 현재 5나노급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은 14나노급과 28나노급이라고 했다.

AMEC는 반도체 마이크로화 기술에서 중국 내 선도적 기업이지만, 구세대 제품 공급에서 여전히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식각공정 업체인 베이징이탕반도체(北京屹唐半導體)는 더 구세대인 40나노급과 일부 28나노급을 생산하고 있다.

닛케이 신문은 북방화창(北方華創), KINGSEMI 그리고 위에 언급한 세 곳을 포함해 7개 업체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이들 중 AMEC만 5나노급 첨단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다른 업체들은 14나노급 또는 그보다 더 오래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의 핵심은 노광기다.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 최대 노광기 제조업체 ASML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이 회사는 조만간 3나노급과 2나노급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상용화할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 경쟁에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생존 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제재가 중공의 반도체 개발 가로막아

현재 전 세계가 유례없는 반도체 부족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반도체 공급은 오히려 더디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 대만의 용수 부족과 반도체 공장 화재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수급 정상화까지는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는 중국발 반도체 부족 사태의 더 큰 원인을 미국 주도의 제재로 보고 있다.

SMEE의 엔지니어는 닛케이에 “핵심부품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면 제품 개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KINGSEMI의 전자기기 관리자는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소재∙제조 장비의 부족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나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2020년 10~12월 14나노와 28나노 칩 매출은 5%에 불과했다. 2020년 7~9월 14.6%에서 급감한 수치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제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미국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2025년에 19.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중국 반도체 자급률을 2024년에 20.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가 미세 하향 조정했다.

IC인사이츠는 해당 비율의 절반 이상을 해외 제조사의 중국 공장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자급률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신문 21세기경제보도는 앞서 “칩이 중국 전자산업 전반의 신경을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자산업은 반도체 부족으로 나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둥(廣東)성 주강 삼각주 평원 지역에서는 웨이퍼가 부족해 발주를 일시 중단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하방기업도 있다.

닛케이는 2020년까지 중공 정부가 전국 반도체 사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지만, 자금의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실패한 사업이 많다고 전했다.

중공 정부는 현재 ‘중국 제조 2025’ 산업정책에서 정한 자급률 70% 목표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다.

중공의 반도체 산업이 기존의 치명적인 약점에서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