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세기편으로 우한 탈출한 중국계 미국인 “이륙 직전까지 불안, 고통 느꼈다”

니콜 하오
2020년 02월 29일 오후 9:36 업데이트: 2020년 03월 1일 오후 9:37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 여행을 떠났던 중국계 미국인 부부가 미국 정부가 마련한 특별기편으로 무사히 귀가한 뒤 그동안 겪었던 극과 극 체험을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데이비드(가명) 부부는 30년 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영주권자로 지난 1월 말 2020년 춘제(春節·설)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향했다.

고향에서 설 연휴를 보내는 건 처음이었다. 암 진단을 받은, 중국에 사는 여동생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지 모른다는 조바심도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바이러스 사태를 맞게 될 줄은 몰랐다고 데이비드 부부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남편 데이비드씨는 “지금의 내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힘들게 말문을 뗐다. 여전히 중국에 있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가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우한 공항에서 이륙 전 전세기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살피고 있다. 2020. 2. 5. | 데이비드 제공=The Epoch Times

데이비드는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우한에 도착해 잠시 휴식하며 여독을 푼 뒤 간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뜻밖에도 한 친구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중국 보건당국 발표 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가장 이른 미국행 항공편은 무려 한달도 훨씬 뒤인 2월 25일에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우한 봉쇄령’이 내려졌다. 데이비드씨는 1월23일을 회상하며 “현지 TV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22일 저녁 우한시에서는 대규모 춘제 축제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자 갑자기 도시 전체가 폐쇄됐다”고 했다.

이후 격리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많은 비극을 목격한 그는 “중국 정부의 이런 행동에 말문이 막히고 화가 치밀었다”며 “점점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렸다.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공유했지만 몇 분 만에 검열관에 의해 삭제됐다. 건강한 사람들은 점점 더 두려워했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우한 톈허(天河)공항에서 보호복을 입은 공항 직원들이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2020. 2. 4. | 데이비드 제공=The Epoch Times

공포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물건 사재기를 시작했다.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나중에 허위로 판명되긴 했지만 ‘검역을 위반하고 우한에서 탈출한 사람은 7년 징역형에 처한다’ ‘우한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군이 현지 병원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매일 밤 사람들은 불안감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렇게 보름여 공포,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데이비드 부부에게 주중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2월4일 우한 탈출 전세기편이 마련된다”는 반가운 소식가 날아들었다. 미국의 우한 주재 총영사관은 우한에 있는 미국인 탈출 희망자 명단을 작성하고 공항까지 이동할 교통편도 제공했다.

데이비드 부부는 우한시와 공항당국으로부터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륙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미국인들은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14시간이 지난 5일 오전 7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2시간 뒤에야 비행기는 이륙했다.

중국 우한 탈출용 전세기 내부는 플라스틱 커튼으로 승무원과 승객 공간이 분리됐다. 2020. 2. 5. | 데이비드 제공=The Epoch Times

데이비드씨는 “도시 봉쇄 순간부터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수시로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의료진은 4시간마다 새로운 N95 마스크를 제공하며 승객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데이비드 부부와 다른 탑승객들은 건강검진 후 샌디에이고의 미라마르 해병대 기지 격리센터로 이송됐다. 격리센터는 호텔 수준이었다. 방에는 개인욕실과 부엌이 마련됐고 관리인들이 매일 방을 청소하고 소독해줬다.

격리센터 간호사들은 하루 두 번 체온을 측정했고, 질병관리본부(CDC) 직원들은 그날그날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 과일과 간식 등 먹을거리도 부족함 없게 제공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라마르 해병대 공군기지의 격리센터. 2020.2. | 데이비드 제공=The Epoch Times

데이비드 부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격리센터에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라면 등 중국식 식료품이 함께 제공됐다는 점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고추기름 조미료 브랜드인 라오간마(老干妈) 소스까지 구비돼 있었다. 데이비드 부부와 함께 격리됐던 미국인들 60~70%가 중국계 이민자임을 고려한 센터 측의 배려였다.

데이비드 씨는 “이제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며 미국 정부 관리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친구들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우리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 교과서에서 이 사건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라마르 해병대 공군기지 격리센터에서 CDC 직원들이 격리 승객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설명하고 있다. 2020. 2. | 데이비드 제공=The Epoch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