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 자본 “위험하다” 경고

FAN YU
2019년 05월 2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4:12

중국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자금 운용 기관들이 어떻게 알게 모르게 중국의 현안을 발전시키는 데 연루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마침내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댈러스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탈(Hayman Capital)의 설립자 겸 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미국인이 보유한 많은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머지않아 예상보다 더 많이 중국 주식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스는 4월 25일 ‘현존위협위원회: 중국(CPDC)’이 뉴욕시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기업과 미국의 자본시장이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으로 돈을 헌납하는 상황에 관한 의제를 다루었다.

‘CPDC’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국민에게 알리고,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 금융, 인권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근 결성한 활동단체다.

배스는 “실제로 중국 주식의 가중치는 5%에서 20%로 상승했다”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중국 A주 비중을 4배로 늘린 2019년 2월 결정에 관해 언급했다.

이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MSC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주가지수 제공 회사 중 한 곳이다. MSCI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의 벤치마크(기준지수) 역할을 하는 많은 지수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런 펀드들은 해당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 지수에 편입된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MSCI의 경쟁사인 FTSE 러셀과 S&P 다우존스 역시 올해 글로벌 벤치마크에 중국 주식을 추가했다.

주식이라고 다 같지 않다

올해 말이면 이런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중국 주식 매수를 시작할 것이다. 미국의 투자자나 퇴직자들은 401(k) 방식 퇴직연금 또는 연기금 등 개인의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런 펀드를 광범위하게 소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MSCI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iShares MSCI World ETF’는 4월 26일 현재 자산 6억2300만 달러(약 71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하다. 배스는 “4대 회계법인에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에 우리 돈 전부가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스는 미국 투자자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100년의 역사, 대공황 및 많은 불황, 수십 년의 규제 개혁 과정을 통해 발전해 온 미국 금융시장만큼이나 외국의 금융시장도 성숙하고 투명할 것이라는 추정이 문제다. 그리고 중국의 상장기업이 미국 상장기업 수준의 공시, 감시 제도나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문제다.

이어서 배스는 “중국 기업은 재무제표나 연례사업보고서에 광택을 내어 의례적으로 제출할 뿐이다. 기업 재무 보고에서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주의를 일깨웠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주식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중국 회사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와 재무공시는 현지 중국 회계법인의 검토를 받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확성이나 독립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회계 부정이 있더라도, 중국 당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미국 규제 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다.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가 의회에 제출한 2017년 연례보고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면서도, 경영 활동에서는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법규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규제 당국이나 투자자들이 (미국 법규에서는 당연한) 자료를 요청해도 중국 정부는 중국 국가비밀보호법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근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 기업을 감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국가기밀로 취급한다.

국가 안보는 투자 수익을 뛰어넘는 가치

미국 자본이 중국 기관에 직접 제공되는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연출된다. 바로 미국의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등 신흥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연기금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신흥시장 주식이라고 다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200억 달러(약 138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굴지의 연기금 중 하나인 뉴욕주 교사 퇴직기금은 2018년 12월 31일 현재 차이나유니콤(홍콩) 주식을 약 400만 달러(약 46억 원)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차이나유니콤은 중국 국영 통신사업자로, 유선 및 이동 통신망을 제공한다. 차이나유니콤의 자회사들도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돼 있다.

차이나유니콤은 북한에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인프라와 장비를 제공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국제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컨대, 미국의 연기금들은 다른 나라에 사이버 공격을 하도록 자금을 지원한 셈이고, 미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기업을 지원한 꼴이다. 문제는 연기금은 개인적인 분산투자 수단이 아니라 연방세 면제 혜택을 받는 미국의 공적 기관이라는 점이다.

배스는 2차 제재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면세 혜택을 취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배스는 “만약 국세청이 1차 제재 대상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거나 1차 제재 대상 기업과 계속 거래하는 기업을 2차 제재 대상으로 분류하는 지침을 만든다면, 연기금은 면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그 주식을 매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배스는 텍사스대학 기부금 운용 리스크 검토위원회 위원장인데, 작년에 (중국 주식을 매각하는) 조치를 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과 중국의 지적재산권 절취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대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는 증거가 있다.

4월 25일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배스는 “미중 무역협정 타결을 트럼프에게 압박하는 쪽은 모두 월가와 미국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작년에 통과될 때, 몇몇 기업의 반대가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CFIUS의 개혁에 누가 저항했는지 보라. 미국과 월가에서 일부 대기업이 이 개혁에 맞서 함께 저항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시장의 역풍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월가와 거대 다국적기업일 것이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30개 기업의 주가로 구성된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월 26일 현재 연초 대비 3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