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산가들, 바이든표 부자증세 앞두고 대책 마련 분주

톰 오지메크
2021년 10월 31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21년 10월 31일 오후 12:4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천문학적 금액의 복지 지출을 앞두고 부자증세에 나선 가운데, 투자자들이 자산이동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로 유명한 UBS 글로벌 웰스 메니지먼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미국 투자자 상당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세금 인상에 대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BS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한다”며 설문조사에 응한 투자자 40%가 세금 인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될 자산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투자자 39%는 세금 인상과 관련해 세무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으며 36%는 일부 자산을 신탁으로 전환해 합법적으로 과세를 회피하고, 34%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증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UBS는 또한 미국계 투자자 900명,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을 보유한 사업자 500명 등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올해 3분기 증세에 대한 우려가 61%로 전분기 대비 9%포인트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UBS는 투자자들의 경기 전망도 발표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대답한 응답자는 전분기 대비 8%포인트 하락한 61%였다. 반면 비관론은 26%로 전분기 대비 9%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발표한 1조7500억달러(약 2054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및 기후변화 대응 예산 편성 계획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3조5천억달러(약 4109조원)의 사회복지 예산을 제시했으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 온건파 의원들도 ‘지나치게 많다’며 반대하고, 일부 급진적인 진보성향 의원들은 처리 방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겹치자 반액으로 줄인 1조7500억 달러안을 제시했다.

규모가 반으로 줄면서 당초 예산안의 자금 조달을 위해 예정했던 법인세 인상과 억만장자세(Billionaires’ Tax) 도입도 철회했다. 억만장자세는 미국의 최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 평가 차익에 최고 23.8%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부자증세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대신 연소득 1천만달러(약 117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높이고, 국세청의 징수를 강화하며, 법인세 실효세율 최저한도를 15%로 설정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법인세율은 21%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기존 35%에서 14%포인트 인하한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실제 기업들은 각종 감면 조항을 이용하고 있어 실효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합의한 최저선인 15%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감면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최소한 15%는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3년 연속 매년 10억달러(약 1조1740억원) 이상 회계상 이익을 내는 200대 대기업이다.

이 외에 절충안은 연간 2500만달러(약 293억원) 이상의 소득에 3%의 부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고소득층은 연간 3.8%의 메디케어 부가세율을 면제받을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절충안에는 지난달 하원 세입위원회가 통과한 부자증세안 중 상당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개인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1조2천억달러(약 1408조원)짜리 인프라 구축 예산 통과를 위해 이번 ‘반값’ 사회복지 예산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의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예산을 분리해 각각 통과시키려 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절충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당 온건파들은 지지 의사가 확실치 않다. 반면 민주당 진보파는 두 예산을 반드시 동시에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