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국방수권법으로 러시아 건설 러-유럽 가스관 강력 제재 예고

마크 탭스콧
2019년 12월 12일 오후 2:37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1

미국 상하원이 러시아 신규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2 건설사업의 개인 및 기업 후원자 제재 법안을 포함한 내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합의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내년도 국방수권법은 양당, 양원의 공동 노력을 통해 러시아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저지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한 새 법안이 곧 의회 통과 후 대통령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스관 설치사업을 후원한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안도 제시됐다. 대상 기업은 쉘, 윈터쉘, 유니퍼, OMV, 앙지 등으로 이들 에너지 기업은 노르트스트림2 건설 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가스관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천연가스를 동·서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 전역의 천연가스 주요 공급처였지만 2015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가스수출량이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나는 기존 가스관(노르트스트림1)은 양국 군사분쟁에 의해 파손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노르트스트림2 제재안은 올해 초 ‘2019 유럽 에너지안보 보호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의돼 7월 31일 미 상원 외교 의원회(SFRC)에서 찬반투표 20대2로 가결됐다.

이전부터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2를 꾸준히 견제해왔다. 2017년 미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가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안보, 중·동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발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개혁 등 여러 분야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제재 정책을 승인한 바 있다.

2018년 11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이 “(노르트스트림2는) 우크라이나의 경제, 전략적 안정을 저해하며 러시아산 가스에 이미 의존 중인 유럽 각국의 자주권을 더욱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11월 미 의회조사국(CRS)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노르트스트림2가 가동될 경우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산 가스 총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공급 중단 위험성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조사국은 “2016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가스의 직접 수입을 중단했으나 이로 인해 오히려 전략적으로 약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가스 총 수출량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에 (가스수출이) 미치는 영향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번 노르트스트림2 제재 법안을 통해 유럽 전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러 정부의 팽창 정책에 유입될 뻔했던 수십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은 미국 대선과도 연결 고리가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기업인 부리스마는 현재 미 민주당이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운동을 불거지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지난 2014년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에너지 업계 경력이나 우크라이나 내 근무 경험이 전무함에도 부리스마 이사직에 취임했다.

헌터 바이든은 아버지 조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 우크라이나 정책 결정에서 중책을 맡았던 시기에 월 5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부리스마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통령 재임 기간 중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조 바이든 역시 우크라이나측 고위 관계자들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부리스마의 자금세탁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검사의 해임을 요구하고, 6시간 내에 해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전 협의된 미국측 원조금 10억 달러를 지급하지 않겠다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검사는 바이든의 요구대로 해임됐다. 조 바이든과 헌터 바이든은 모두 부리스마 관련 혐의를 부정했으며 헌터 바이든은 올해 초 부리스마 이사직을 사임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원조 중단 협박과 함께 헌터 바이든의 부리스마 관련 혐의 조사를 강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