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 전문가 집단, 트럼프에 홍콩 사태 해결 촉구 “자유 사랑하는 이들과 연대”

에바 푸
2019년 09월 9일 오후 10:4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9

미국의 외교 전문가 집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홍콩 사태에 대한 구체적 조치 실행을 촉구했다.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중국 공산당이 자치와 자유를 박탈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CPDC는 거물급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과 워싱턴의 정책 고문단, 안보전문가, 재계 지도자, 인권운동가 등이 모여 지난 3월 설립했다. 냉전 시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던 위원회가 중국을 대상으로 부활한 형태다.

위원 26명 연대서명이 담긴 이 서한에서는 “영국 식민지가 종식된 후, 홍콩 시민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존중해주기로 약속한 자유와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 본토인이 누리지 못한 고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합의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 넘겨졌다.

전체주의 집단인 중국 공산당이 이 합의를 존중할 것인지에 대해 비평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 정치의 영향력 확대를 목격한 홍콩인에게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은 자신들이 중국 공산당의 사법권 아래 놓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민행동은 홍콩에 대한 더 많은 권한과 보편적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데로 나아갔다.

홍콩 쿠이충구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홍콩 췬완 지역을 향하고 있다. 2019. 8. 25. | Billy H.C. Kwok/Getty Images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무력 사용을 강화하고, 지하철역과 같은 폐쇄된 지역에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군중 통제를 위해 거의 일상적으로 물대포를 배치했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는 물대포가 매우 위험한 무기이며 심각한 부상이나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이 홍콩 기차역에서 발생한 경찰의 구타에 대응해 프린스 에드워드 MTR 역 입구 추모 벽 주위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2019. 8. 31. | Chris McGrath/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은 시위대를 “급진주의자” “폭도”라고 지칭하는 한편 친공산당 성향의 홍콩 당국에 지지를 표명했다.

CPDC의 공개서한은 “홍콩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쪽을 선택했는데, 이는 홍콩 시민의 자유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홍콩의 자치는 궁지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CPDC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며 홍콩시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을 막기 위해서다.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은 인권 유린과 부패에 연루된 개인과 단체에 세계 각국 정부와 기관, 단체에서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2016년 미 의회에서 통과됐다.

CPDC는 홍콩 사태 책임자에 대한 미국 입국 거부, 재산동결 등 제재도 요청했다. 대상자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안보실장, 스티븐 로 홍콩 경찰청장, 왕지민 홍콩 연락국장이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에 따라 경제교역에서 홍콩을 본토와 분리된 특수기관으로 취급해 관세·투자·무역·비자발급 등에서 특별대우해왔다.

CPDC는 “금융허브인 홍콩에 인민무력경찰이나 인민해방군이 출동할 경우, 홍콩에 대한 혜택이 중단됨을 중국 공산당에 통보하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이어 “통보로 시위대와 홍콩의 자치를 막는 중국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기 바란다”며 “그런 조치는 최소한 전체주의적인 압제에 직면한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나라의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일에도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광장에서 송환법 공식 철회를 제외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 등 4대 요구를 주장하는 홍콩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오후 이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대는 미국 의회에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며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홍콩에 대한 미국의 자치수준 평가 뿐 아니라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 비자발급을 금지하고 동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미국 시민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초당파적인 단체다. 그동안 중국 공산정권의 사이버·군사·정치·경제 전쟁과 그 위협에 대해 미국에 경고해왔다.

‘현존 위협 위원회(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는 현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950년 창설됐다. 이후 미국을 위협하는 사안이 있을 경우에 위원회를 구성·운영했으며 올해는 1976년, 2004년에 이어 네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