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0명 사망…美 ‘오피오이드 위기’에 지역주민 본격 대응

보웬 샤오
2019년 09월 21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9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 진통제 남용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위기 극복을 위해 주와 지방자치단체에 약 20억 달러(약 2조4천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를 ‘국가의 수치이자 인간의 비극’이라며 중독의 종식을 위해 미국 전체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오피오이드 위기 극복을 위해 연방 차원의 노력에 더해 각 주, 지방에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확산을 막으려는 연방 차원의 노력이 커지면서 주 및 지방 차원의 많은 비영리단체가 마약과의 전쟁 최일선에서 고투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구체적인 임무는 서로 다르다.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하고 교육 이니셔티브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신앙에 기초한 프로그램을 조직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 목표는 치명적인 오피오이드 위기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오피오이드는 미국 전역에서 매일 평균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예방을 우선으로 하는 한 단체는 ‘오피오이드 남용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 오피오이드제를 처방하는 사람과 환자 사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별로 법안 통과에 힘쓰고 있다. 이 단체의 주요 목적은 의사가 오피오이드를 처방할 때 환자에게 오피오이드의 중독성을 알리고 극심한 통증 해결에 오피오이드를 대신하는 대체품을 알려주는 것이다.

안젤로 발렌테 ‘오피오이드 남용예방’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처방을 통해 마약을 접촉하고 헤로인에 중독되기 때문”이며 “헤로인에 중독된 사람들의 80%가 처방약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환자 통지법(Patient Notification Law)’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2017년 뉴저지에서 처음 통과됐다. 그 이후 15개 주가 추가로 같은 법을 통과시켰다고 그가 말했다.

발렌테 대표는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보통 그 약의 중독 가능성을 전혀 모른다며 “진통제의 의존성이 시작되는 데는 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피오이드 확산은 공중 보건 위기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1999~2017년 사이에 오피오이드 중독은 거의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데이터 및 펜타닐

뉴저지에서 약 159마일 떨어진 펜실베이니아 요크 카운티에서 한 지역 단체가 오피오이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요크 오피오이드 협력(YOC)’ 브리타니 셧츠 전무이사는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2014년부터 오피오이드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YOC는 ‘데이터 및 증거 기반 전략’을 사용해 안전한 오피오이드 처방과 보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촉진한다. 또한 이 분야의 의사들에게 학술적인 세부사항을 배우고 있다.

셧츠 이사는 카운티에서 특히 펜타닐 관련 사망자의 증가를 목격했다고 언급했다.

“2018년에는 과다복용 사망자 80% 이상이 펜타닐 때문이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추세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불법 마약, 특히 헤로인에서 펜타닐을 발견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 이후 다소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과다복용 사망자는 2017년 말 약 2만8600명에서 2018년 말 약 3만1500명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불법 펜타닐의 ‘가장 큰 공급원’이다.

CDC는 최근 펜타닐 관련 약물 과다복용과 사망 사례가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펜타닐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말기 암과 같은 질환의 극심한 통증 치료를 위해 승인받은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 더 강력하며, 의사들이 피부 패치나 정제로 처방한다.

셧츠 이사는 “펜타닐은 적은 양만으로도 치명적이다. 먹는 사람은 자기 몸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잘 모른다“며 ”만약 펜타닐이 그 안에 들어 있다면 결국 과다 복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치 자살행위 같다(Russian roulette)”고 설명했다. 펜타닐은 인체에 3mg만 투입돼도 죽음에 이른다.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아들(사진)을 잃은 킴 설리번(Kim Sullivan)이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약물중독과 오이오이드 남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연설 전 준비를 하고 있다. | John Moore/Getty Images

‘수치심’

이전 오피오이드 중독자 에린 하르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13세 때 처음 복용하기 시작했고 중독으로 10년 넘게 고생했다고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약장에서 유통 기한이 지난 진통제를 발견해서 처음 먹어봤는데 그 느낌이 좋았다”고 회상하며 “어릴 때 우울증에 시달렸고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그런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하르는 헤로인을 하던 16세 소년과 사귀면서 자신도 헤로인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는 오피오이드에 중독됐고 마약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하르는 대학시절에 오피오이드를 하다 말았고, 20대 초반에는 몇 년 동안 헤로인을 멀리하다가 다시 헤로인을 집어 들었다. 그때부터 정말 빠르게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르가 말했다.

하르는 자신의 중독 사실을 감춰오다 23살 때 약혼자에게 들켜 처음으로 재활원에 갔다. 그는 “나는 끊기로 결심했지만, 계속 재발해서 5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하르는 28세에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기가 중독으로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해독을 위해 의사를 찾았다.

하르는 “아들의 출산이 나에게 전환점이 됐다”며 “약물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극복했던 모든 노력은 오로지 아들의 출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기 시작했고 인지행동치료를 받았고, 처음에 나를 중독으로 이끌었던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정말 깊이 생각했다.”

하르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했고, 더구나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르는 “나는 모든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트라우마를 겪었고 우울증과 자포자기 등 정신적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진통제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대부분 사람은 신체적 고통 때문에 오피오이드를 찾는 것이 아니다.“

하르는 중독과 가장 연관된 감정 중 하나가 수치심(Shame)이라며 대부분의 마약 중독자에게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 전까지 치료를 받는 동안 계속 수치심을 느꼈다.

“예를 들어 약물을 일시적으로 끊었는데, 중독됐을 때의 수치심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그 수치심은 사람을 다시 재발해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끔찍하고 끔찍한 악순환이다.”

하르는 왜 사람들이 마약에 의지하는지 핵심 이슈에 먼저 접근하기 전에 미국이 오피오이드 위기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피력했다.

미 오클라호마주 법정에서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판매한 존슨앤드존슨에 피해자 보상금 5억72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19/8/26 | AP=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4만7000명 목숨 앗아갔다…美 ‘죽음의 진통제’ 12조원 소송

신앙

로버트 C 펜실베이니아 벅스 카운티 휘틀리 변호사는 정부 지도자들과 사법 제도, 그리고 종교계를 하나로 모아 오피오이드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 2년 동안 휘틀리 변호사는 버크 카운티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행사인 버크스 카운티 종교정상회의를 조직하는 데 힘썼다. 이 행사에 약 250개에서 300개의 교회를 초청해 오피오이드 확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또 정상 회담은 기존 교회 시설과 통합해서 함께 도울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알려줬다.

한 특별한 예로 휘틀리 변호사는 종교계와 마약 및 알코올 위원회의 참여를 지지해온 세인트 주드 교회 및 지방 검사와 함께 행사를 준비했다. 이사회에서 공인된 의사가 그 행사에서 연설했다.

벅스 카운티의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8년에 5% 하락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벤살렘에 있는 기독교 생활센터에서 최근 강연한 카운티 검사관에 따르면 올해 약물 과다 복용이 10% 감소했다.

휘틀리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내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 곳 정부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교회, 목사, 종교계까지 포용한 것”이라며 “그들은 정말 함께 해왔고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 벅스 카운티에서는 신앙 공동체 교회들의 힘이 컸다”고 덧붙였다.

오피오이드 관련 법안epa07117313 US)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10.24 | EPA/JIM LO SCALZO=연합뉴스

치료 제공자

역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독 치료 제공자들이다. 그런 단체 중 하나인 미국 중독 센터(AAC)는 2014년 미국에서 상장된 최초의 회사가 됐다.

AAC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로렌스 웨인스타인 박사는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센터는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에 대한 약물 보조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그것을 “치료의 정석”이라고 표현했다. 치료는 각 환자의 약물 사용 장애와 신체적 건강, 그리고 그들의 유전학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이것은 의사가 각 개인에 맞는 최적의 약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는 그들의 진단 테스트가 환자 개개인의 유전학을 분석하고 최상의 치료 과정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들은 환자들의 중독과 그들의 정신건강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등 통합치료도 한다.

웨인스타인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환자들이 치료 후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만 돕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지원을 통해 그것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환자들이 퇴원하기 전에 회복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잘 갖춰졌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건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를 겪고 있는 미국인 약 200만 명 중 약 127만 명이 현재 약물 보조 치료를 받고 있다.

웨인스타인 박사는 “AAC는 한 연구소의 도움으로 3년간의 추적과 연구를 통해 그들의 치료가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했다”며 “AAC가 환자 수천 명을 치료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장기 회복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국가 기준 30%와 비교해서 조사 대상 환자 중 63%가 치료 후 12개월 동안 절제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