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물가 급등 계속되면 기준금리 인상 앞당길 준비해야”

하석원
2021년 11월 25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1년 11월 25일 오후 7:22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물가 급등이 이어지면 당초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각)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양한 참석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위원회 목표치보다 계속 높을 경우, 현재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리고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들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일시적 현상”,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며 무마해왔으나, 이번 의사록 공개를 통해 연준 내부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자,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의 주요한 두 가지 수단인 ‘제로(0) 금리’와 ‘자산 매입’을 동시에 시행했다. 기준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동결하고 매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었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 신호가 뚜렷해지자, 연준은 이달 초 FOMC 정례회의를 통해 11월 말부터 자산 매입 축소(tapering·테이퍼링)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일종의 출구 전략을 나타낸다.

당초 연준은 11~12월 매달 150억 달러씩 축소한다는 계획이었다. 상황에 따라 축소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런데 이번에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당시 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에 따라 금리 인상과 자산 매입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요인은 많지만 마땅한 해소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연말 쇼핑 대목이 다가왔는데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고용시장에서는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도 우려된다.

테이퍼링을 금리 인상 신호탄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이달 초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시작 결정이 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시사하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의사록에서도 자산 매입 축소가 금리 인상을 직접 신호하는 메시지로 해석되지 말아야 한다며 경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물가 급등이 장기화되면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뒤따르리라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현재 연준의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이지만,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 올랐다고 발표했다. 6개월 연속 5% 이상을 기록한 동시에 31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나타낸 것이다.

가계 부담이 급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워싱턴 포스트와 ABC가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설문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인 41%로 나타났고 부정평가는 53%로 높아졌다.

이 설문조사 응답자 70%가 미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답했고, 응답자 절반 가량은 심각한 물가 상승의 이유를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52년만에 최저치인 19만9천건을 기록한 점은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준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용시장에서는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어 실제로 물가 상승이 해소되어야 경제가 정상화로 나아가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FOMC는 연준 산하 위원회로 미국 정부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연 8회 정례회의를 갖고 통화량 조절, 기준금리 등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