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 28년 만에 최대 폭

한동훈
2022년 06월 16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2년 06월 16일 오후 12:08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94년 11월 이후 최대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당초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신용카드 이자율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 소비자 대출에도 직접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물가 상승률이 예측 범위를 뛰어넘은 데 따른 충격요법이다. 이미 지난 5월부터 미국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두드러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2020년 3월 이후 유지된 ‘제로 금리’ 시대를 끝냈다. 2021년 말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이어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본격적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이어 6월에는 기준금리 인상폭을 3월의 2배인 0.50%포인트로 발표했다. 더 강력한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때부터 연준 내 매파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에 발표한 2.8%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4.3%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물가는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성명에서는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1분기에 하락세를 나타낸 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수개월간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해서는 “(코로나) 대유행과 관련된 수요·공급 간 불균형, 높은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력 등으로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엄청난 인적, 경제적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다. 침공과 관련된 사건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적 상승압력을 만들고 있으며 세계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국의 코로나 관련 폐쇄가 공급망 장애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발표 후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연준이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나타내자 투자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00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 상승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2.5% 상승했다. 반면,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긴축재정에 대한 우려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4bp 하락한 3.34%에 거래됐다.

경제 평론가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데스먼드 라흐만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높은 인플레이션에 당황한 연준이 일반적인 0.25%포인트 대신 0.75%포인트 인상하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화정책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고 있다”고 말했다.

라흐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매파적인 정책 기조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일으킨 자산과 신용시장 거품이 이미 터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초 이후 주가가 25% 안팎으로 하락했고, 채권 가격은 20% 이상 빠졌다. 암호화폐 시장은 가치가 절반 이상 급락했다”며 “이는 약 15조 달러(약 1경9200조원) 혹은 약 70%의 가계 자산을 증발시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많이 감소시킨 결과와 관련된다”고 했다.

투자회사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낸시 텡글러는 “현 상황은 연준이 당초 문제를 인정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텡글러 CEO는 “그들은 작년부터 문제를 인정하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연준이 일으킨 혼란을 양당 의원들이 검토하거나 해결하기는커녕 인식조차 못 하고 되풀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계 금융사 도이체방크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하락과 경기 침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관심사는 금리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월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다수 금융기관과 분석가들이 50 : 50의 확률로 예측한다..

한편, 연준이 다음 달에도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내디딜지도 관심사다. 미국 CME그룹의 연방금리 예측도구인 FedWatch에 따르면 0.75% 인상이 유력하다. 다음 FOMC 회의는 7월 26~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