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유럽 잇는 ‘북극 실크로드’ 점령하려는 中 견제 강화

크리스 스트리트
2020년 02월 27일 오후 6:48 업데이트: 2020년 02월 28일 오전 7:40

뉴스 분석

아시아와 북유럽 간 해빙(海氷)이 녹으면서 중국이 발표한 ‘북극 실크로드‘개척 가능성이 증대됨에 따라 미국과 북극권 쟁탈의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북극권과 3000km나 떨어져 있는 국가임에도 중국은 2013년 북극권 국가들의 협의체인 북극평의회(Arctic Council)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으며, 2014년 스스로를 ‘북극권 근접 국가’로 지칭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동향에 맞서 지난해 6월 미 국방부 새로운 북극권 전략을 발표했는데, 중국이 북극권 행동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히 경계했다.

지난 40년 동안 위성 기상 관측에 따르면 남극 해빙이 확장한 반면 북극 해빙은 점점 감소했다. 지난 2017년 9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의하면 북극해 빙하는 1970년대 말과 비교해 40% 이상 감소했다.

1850년 이래 가장 낮아진 북극해 빙하와 해양 기술 발달로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 북해 항로가 개통되면 기존의 남하 항로보다 40%를 단축할 수 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연결하는 북상 북극항로는 중국의 기존 평균 운송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항해당 수십만 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다. 기존 남하 항로는 서방 국가 안보의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통해야 하는데, 북해를 순환하는 노선이 뚫린다면 지정학적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극권이 지구 표면의 6%밖에 되지 않지만, 현재 세계에서 개발되지 않은 원유 13%와 천연가스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릴 경우 북극해에 잠들어 있던 막대한 규모의 지하자원 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어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6년 오타와 선언을 계기로 지리적으로 북극에 인접한 국가들이 북극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결성한 협의체인 ‘북극이사회’에 가담한 정식 회원국은 캐나다·덴마크(페로 제도·그린란드가 덴마크령)·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러시아·스웨덴·미국 등 8개국이다.

그 밖에 독일·폴란드·네덜란드·영국·스페인·프랑스 등 6개국은 정식 옵서버 국가로, 북극 원주민 단체 등 상시참여자(permanent participants) 및 한국·중국·일본·EU·이탈리아는 임시 옵서버(Observers) 자격으로 북극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한 모든 해양 강대국과 경제 강국은 북극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논의에서 점차 자원개발, 북극항로, 경제협력 등의 역할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북극권 정책을 담은 백서를 발표한 이후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일대에 쇄빙선과 민간 연구기지를 끊임없이 늘려 왔다.

해양 노선 활용과 자원 탐사·개발을 위해 중국은 북극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범위에 포함시켜 약 6400km의 ‘북극 실크로드’ 개척에 열을 올렸다. 주요 항만 및 에너지 개발을 위한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필요할 때 중국 해군 함정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세계은행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베이징의 국영 중국통신건설회사가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 영토에 3개 공항 건설을 제안하면서 중국의 북극 실크로드 계획은 미국과 커다란 외교적 대립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덴마크에 제안했을 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부동산 사업 극이라고 묵살했지만, 그린란드 서부에는 툴레(Thule) 미 공군기지가 있다. 이곳에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를 운용하고 우주 감시 및 위성 관제를 관리하는 공군 제21 우주비행단이 상주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목표로 에너지·무역·기술·외교·국방 분야를 열거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550억 달러(약 65조 원)를 투자해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하는 연장(延長) 약 3000km 가스관을 개통했다.

가스관 이름을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이라 칭하고, 2020년 천연가스 50억m²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은 향후 30년 동안 연간 380억m²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한다.

이러한 러·중 양국 간 강한 유대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맞대응이자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가즈프롬 홈페이지에 공개된 시베리아의 힘 건설 계획에 따르면 가스관 착공은 2014년 9월 이뤄졌다. 당시 경제호황이었던 중국은 석탄사용을 줄이면서 청정에너지 수요를 늘리고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모면하기 위해 새로운 가스 시장을 찾고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5월 핀란드 북부에서 열린 제17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 연설에서 “이 지역(북극해)은 석유, 가스, 광물, 수산물의 방대한 매장량 때문에 세계 권력과 경쟁의 장이 되었다”면서 “중국은 북극 개발에 대해 정확히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못 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2012~2017년 북극해 항로의 이점을 얻기 위해 90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주장하며,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은 북극에서 중국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지 짐작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극이 황무지라고 무법천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