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중·러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체제 무너지고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WP 기고문

이윤정
2022년 07월 6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2년 07월 6일 오후 5:18

北 7차 핵실험 해도 추가 제재 기대하기 어려워
중·러 안보리 거부권 행사, 핵 비확산 체제 위협
한미, 北 도발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 시작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가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인 앤드루 여(Andrew Ye) 미 가톨릭대 교수의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단행이 어려운 이유(Why further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could be tough to add)’ 기고문을 게재했다.

기고문에서 앤드루 여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찬성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여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응이었다”며 “2006~2017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모두 9번의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 교수는 “추가 제재는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이것은 효과적인 수단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압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독재국가들에 맞서 제재를 이용해 세계 경제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비인도적이며 역효과만 낳는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면서 미국 주도의 제재를 차단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극도의 봉쇄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제재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하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여 교수는 다자 기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최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며 더욱 강한 방위 태세로 전환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잦은 교착상태를 고려하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 한층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한미는 북한을 대상으로 ‘방위·억지·부정(defense·deterrence·denial)’의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외교적 접근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비용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한미연합 군사훈련 확대 논의와 항공모함·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근접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보다 강력한 방어 태세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5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로 발사하자 한미가 공동으로 지대지 미사일 8발을 대응 사격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기도 했다.

여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광범위한 핵 비확산 체제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러시아가 지난 5월 미국 주도의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에도 안보리에서 만장일치 결의안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실패하는 것은 안보리로선 처음 있는 일이어서 안보리의 신뢰도를 더욱 훼손할 것”이라며 “나아가 이란을 포함해 핵확산을 시도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중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협력 확대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해 광범위한 기존 글로벌 도전에 대한 파급효과와 함께 세계 지배 메커니즘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비핵화 해결의 큰 도전은 대화 재개 요청을 계속 무시하고 있는 북한 정권 스스로의 불안과 고립에 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 있어 국제적인 결속력 부족은 이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철회하도록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