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흥기술’ 수출금지 조치 검토…中 공격적 기술개발 겨냥

2018년 11월 22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19년 11월 10일 오후 9:19

미국의 중요한 군사 기술과 제품 수출을 관장하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특정 신흥기술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중국의 최첨단 기술 부문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국제적으로 주목되는 사안이다.

현재 미 산업안보국은 핵심 미국 기술이 비도덕적 국가나 집단으로 넘어가는 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수출 금지를 포함한 기타 규제안들을 이미 실행 중이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 부문이 워낙 다각화돼 있기 때문에 민간 분야와 군사 분야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2018 수출통제개혁’ 법안은 국가안보를 위해 ‘신흥 기술과 근간 기술’의 수출 혹은 이전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산업안보국에 부여했다. 11월 19일 발표 내용에는 규제 조치의 필요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해 현재 미국 상무부가 자세한 정보를 확보 중인 14개 기술 부문이 명시됐다.

수출 규제 검토 대상이 된 14개 신기술 분야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위치 추적과 분석 ▲마이크로 프로세서 ▲고급 컴퓨팅 ▲데이터  분석 ▲양자정보 처리 ▲로지스틱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 ▲로봇 ▲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극초음속 ▲고급재료 공학 ▲고급 감시기술이다. 또한 이 항목들에 연관된 수십 가지 세부 기술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번 발표안에 중국과 같은 국가명이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열거된 기술 부문은 모두 중국이 최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분야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로봇 공학, 인공지능, 반도체(산업안보국이 말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 그리고 신소재와 같은 기술 부문은 중국에서 국가 사업으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돼 있다.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 뒤처진 중국이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반도체와 기타 고성능 칩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의 중심에 있다. 불과 몇 주 전 미국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푸젠 진화’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미 연방 법원은 미국의 마이크론사에서 반도체 제조 기술 탈취를 도모한 혐의로 푸젠 진화를 비롯해 대만 위탁 생산업체 UMC와 관련자들을 신속하게 기소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내부 관계자가 일본 신문사 니케이와 그리고 대만 신문사 유나이티드 데일리 뉴스에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매체는 다른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곧 지적 재산권 탈취에 대한 처벌로 미국 수출금지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12월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베이징 이공대학에서 인공지능 무기 개발에 참여할 자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을 선발하고 있다.

신소재 부문의 경우 학술계 기술 절취의 가장 완벽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 듀크대학 교수의 ‘투명 망토’이다. 이는 학교 실험실에서 기술을 절취한 중국인 박사 과정생 류뤄펑이 중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빼돌린 정보를 이용해 회사를 차리고,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비용을 투자받기까지 했다.

미국 상무부가 고시한 급성장 중인 일부 기술에서 중국은 이미 군사 목적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왔다. 2016년 8월 중국은 세계 최초의 퀀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가 발표한 9월 보고서는 중국의 퀀텀 컴퓨팅 기술 발전을 분석하며 중국 연구자들이 퀀텀 기술을 레이더, 암호화, 이미징, 운항에 사용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 진보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력이라는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 동급의 기술을 가진 경쟁자로서 계속 부상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이미 중국 전역의 모든 움직임을 상세히 기록하며 자국민을 감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국가 감시 체계 또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 의회는 중국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Hikvision)’에서 생산된 감시 제품들을 미 정부 산하기관이 구매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하이크비전은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자국민, 특히 신장 위구르족을 감시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참여한 기업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1월 18일 자 보도에 따르면 하이크비전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상당수가 사실상 미국 기업에서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인텔의 프로세싱 칩, 엔비디아의 딥러닝 그래픽 칩, 씨게이트의 하이크비전 사용자 맞춤 데이터 저장 솔루션이 그 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군에 장비를 제공하고 있는 중국 국영기업 CETC의 계열사가 하이크비전 지분의 4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CETC는 올해 미국의 수출 금지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01년 CETC에서 분사한 하이크비전은 이번 수출금지의 영향에서 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