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영협 임원, 성전환 선수 여성경기 출전에 반발해 사임

하석원
2021년 12월 28일 오전 1:18 업데이트: 2021년 12월 28일 오전 10:56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경기 참가를 놓고 미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성다수자’ 역차별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30년 가까이 미국수영협회 임원으로 일해 온 신시아 밀렌(Cynthia Millen)은 지난 17일 “생물학적인 남성이 여성과 경쟁하는 스포츠를 지지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사임했다.

미렌은 사직서에서 “수영 경기의 공정성에 관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며 만약 자신이 리아가 출전한 경기의 심판을 맡게 된다면 불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발단은 트랜스젠더 수영선수인 리어 토마스(22)가 여성 경기에 참가한 것이었다. 토마스는 과거 3년간 고등부에서 남성 수영선수로 경기에 참가해오다가, 성전환 수술 후 펜실베이니아대학 소속 선수로 여성 경기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지난달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관하는 수영경기에 참가해 200m, 500m 자유형에서 기존 기록을 3개나 경신하는 활약을 펼치며 내년 열릴 NCAA 전미 여자선수권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NCAA 규정에 따르면, 성전환자가 여성 경기에 참가하려면 최소 1년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트랜스젠더 출전 옹호자들은 호르몬 억제치료를 받으면 근력·근육량이 감소해 여성에 비해 신체 능력이 우월한 이점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토머스 역시 지난해 12월 한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NCAA 호르몬 검사 결과와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해 참가를 승인받았다”며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 억제제를 계속 복용하고 있다. 많은 근육량과 근력 손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가들은 남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골격이나 근육의 강인함 등 신체적 우위가 성전환 이후에도 계속 유지된다고 반박한다.

유력 수영전문지 스위밍월드매거진의 존 론 편집장은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1년의 테스토스테론 억제 치료는 NCAA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토마스와 경쟁하는 생물학적 여성들에게 공평한 경기장을 만들어 줄 수준은 못 된다”라고 지적했다.

론 편집장은 “토마스는 거의 20년 가까이 남성으로서 자연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의 혜택을 받으며 근육을 만들었다. 그 강인함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으며, 호르몬 억제 치료 1년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경기가 불공정한 게임이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토마스가 거둔 성적이 “남성으로서 보낸 사춘기와 이후 수년간 테스토스테론 생산으로 얻은 경쟁적 우위를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10월 여성 경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 미시시피, 테네시 등 9개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