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연준, 기준금리 또 올릴 듯

조영이
2022년 10월 15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2년 10월 15일 오전 11:05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다우존스’가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가 석 달 동안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음에도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Inflation rate·연료와 식료품, 소득세, 소비세, 금융투자를 제외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수)’는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연준의 금리 인상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11월과 12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각각 97.2%, 63.9%로 높여서 평가했다. 전망대로 연준이 연말까지 5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3.00~3.25%에서 올해 말 4.50~4.75%로 1.5%포인트 오른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 8.2% 상승…근원물가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

미 노동부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랐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3%)를 소폭 상회한 것이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상당폭 상회했다.

이 같은 소비자물가 급등 요인은 주거 비용, 식료품 및 의료 비용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가격은 평균적으로 전달에 비해 0.8% 올랐다. 주거비도 전달보다 0.7% 상승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상승폭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식료품과 주거비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2%, 6.6% 상승했다.

천연가스(2.9%)와 전기료(0.4%)처럼 전달보다 오른 에너지 비용 또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평가가 있다.

투자 리서치 회사인 토글 (Toggle)의 CEO 얀 실라지는 “지난 9월 물가 상승세는 연준에게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인플레이션보다 낮추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라지는 이어 “연준은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안정적이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발이 보이지 않는 것을 공격적 긴축정책(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허락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또한 편협한 시각으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매파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 완화 기미 안 보여”…FOMC서 연준 금리인상 기조 재확인

앞서 12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FOMC 의사록을 분석해보면 연준은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연준은 FPMC 의사록 요약본에서 “인플레이션이 지금까지 완화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금리)정책 방향을 옮기고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의에서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하려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금리 올린다고 해도 물가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한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회의에서 소비자들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여전히 소비를 많이 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추세를 잡기 힘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를 4.5%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25%다.

다이먼은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그들의 소비를 따라잡을 때까지 9개월 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급격한 경기후퇴가 온다면 20∼30%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연착륙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이먼은 내다봤다.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한다면 경기후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코스카는 노동력·주택 부족으로 인해 근원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약 4%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코스카는 이어 “물가가 그 아래(4%)로 내려가려면 노동시장 약화라는 상당한 대가가 따를 것이고, 이는 불가피하게 경기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코스카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인상으로 유발되는 경기후퇴를 피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주거비, 임금 등의 압박으로 인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