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의약품·의료용품 中 의존도 과다…의료체계 약점 작용”

캐시 허
2020년 03월 17일 오후 12:52 업데이트: 2020년 03월 17일 오후 12:56

미국 상원 소상공인·기업가정신 위원회가 청문회에서 수억 명의 미국인이 중국산 약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되짚었다. 미국의 제약사 공급망과 제조 시설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의 해당 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바이러스와 미국의 소상공인 공급망’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뉴욕 소재 헤이스팅스 센터 생명윤리연구소의 로즈메리 깁슨(Rosemary Gibson) 수석고문은 “수천 개의 미등록 의약품과 상표가 붙은 일부 제품,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까지도 중국에서 공급되는 화학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조시 하울리 공화당 의원의 “우리 약 중 몇 가지나 중국 생산과 관련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중국산 완제품 이외에도 의약품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을 포함해서다.

우한 폐렴에 걸린 중증환자라면 인공호흡기가 필요하고 펜타닐이나 프로포폴 같은 진정제가 필요할 것이다. 위험할 정도의 저혈압이라면 도파민이나 에피네프린 같은 혈압상승제가 필요하다. 세균성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고 항생제도 필요하다.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이 될 수도 있다.

깁슨 연구원은 이와 같이 몇 가지 처방사례를 언급하며, 최근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이러한 약을 제조하기 위해 약품 원료를 어디서 구입하는지 알아보았다고 했다. 화학 재료의 90%를 중국에 의존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달 초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주더니, 이제 미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에 마스크와 약품 수출을 금지하면 미국은 지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항생제 공급의 80%를 중국에 의존한다며 “지난해 수입량은 이부프로펜이 95%, 히드로코티손 91%, 아세트아미노펜 70%, 페니실린은 40~45%, 그리고 헤파린 수입의 40%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깁슨 연구원은 이런 와중에도 희망은 있다며, 미국에 발전된 제조 기술과 뛰어난 화학자들이 있어서 당장이라도 생산을 원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증언에서 깁슨 연구원은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대로 중국이 의약품으로 위협한다면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규모로 사상자와 사회 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국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생명을 구하는 약물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의약품에 치명적인 오염물을 섞을 수도 있고, 약재가 아닌 성분을 조합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며, 특정 대상에 배포될 수도 있다는 점을 꼽았다. 조제된 약품을 검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어떤 경우 탐지가 불가능하다.

깁슨 연구원은 “(의약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미군, 전투능력, 무력을 보호하는 데도 위험이 된다”면서 남중국해 미국 항공모함에 타고 있는 수천 명이 적에게 필수 약품을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현역 군인, 참전용사, 가족 등 3만1000여 명이 암 유발 성분이 포함된 혈압약을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팀 모리슨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구상이 처방 약이나 관련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서 제조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장기 목표를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구상의 본질은 자유시장을 파괴하고 중국내에서 해외 기업의 생산을 유도하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전의 행정부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벌어진 일이라며 “이제 우리가 그 결과를 수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울리 의원은 “현재 의약품 정책이 공중보건 문제보다 몇 개 회사의 경제적 이권을 챙기기 위한 것 같다”면서 질문을 마무리했다. 모리슨 연구원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