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백악관 만류에도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 법안 발의

김태영
2022년 09월 16일 오후 5:32 업데이트: 2022년 09월 16일 오후 5:32

미국 여야 상원의원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무부가 관련 사안에 대해 몇 달째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가운데 추진된 것이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9월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잔혹한 탄압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잔혹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조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러시아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더욱 적극적인 지지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법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행한 지나친 폭압에 대해)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러지원국은 미국 국무부가 국제적 테러 행위에 직접 가담했거나 이를 지원하고 방조한 나라를 대상으로 지명하는 것으로 현재 이란, 북한, 쿠바, 시리아 등 4개 국가가 명단에 올라 있다. 테러지원국에 지정되면 △무기 및 테러 이용물자 수출 금지 △대외 원조 금지 △무역 제재 등의 각종 제재를 받는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를 테러지정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청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 카린 장 피에르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6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일은 명백한 테러”라며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해 백악관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에 지정하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외교적 문제에 대해 백악관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블루먼솔 의원과 그레이엄 의원이 여야 합작으로 추진한 이번 법안에는 러시아가 더 이상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 의회에 증명하면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상의 필요에 따라 테러지원국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