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최종 타결, 바이든·하원의장 “합의안 통과 자신”

한동훈
2023년 05월 29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9일 오후 12:07

부채한도 2년간 한시 상향…증액 규모 2배로
대신 재정지출 동결하고, 코로나19 미사용 예산 회수
당내 강경파 극복이 남은 과제, 온건파는 ‘환영’ 입장

미국 정부와 야당 대표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28일(현지시간) 최종 합의했다.

아직 민주당과 공화당의 내부 추인 절차와 의회 표결이 남았지만, 정부 대표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모두 표결 통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이 표결 통과에 관해 언급한 것은 각자 양측 대표로서 협상에 임해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아직 민주당의 급진좌파와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의원들이 이번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고 있어 표결 통과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의원 반수 이상이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민주당은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다. 하킴(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은 ‘우리 법안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부채한도를 2년간 상향하는 대신 정부 재정지출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요구하며 지난 수개월간 협상을 거부해온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디폴트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발 물러선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대해 “근로자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보호하고 모두를 위한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합의는 타협을 의미하며, 이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것이 통치에 따르는 책임”이라고 설명한 뒤,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상원과 하원에서 이번 합의안을 즉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전날(27일) 토요일,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약 한 시간 반가량의 전화 통화로 협상을 벌인 끝에 재정지출 제한을 조건으로 한 부채한도 상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합의안은 재정지출은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향후 6년간 연방지출을 1%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계연도별로는 2024년은 동결, 2025년부터 예산 증액 한도를 최대 1%로 제한한다.

대신 부채한도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약 1조5천억 달러 인상한다. 이는 최초 거론됐던 7천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상향 기한도 당초 공화당이 제시했던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재정지출을 확대해 온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정부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뉜다. 의무지출은 법률로 의무화되고 법령으로 지출 규모가 결정된다. 재량지출은 의무지출을 제외한 지출로 행정부와 의회가 재량권을 발휘해 편성·심사할 수 있는 지출이다.

재량지출에는 인건비, 국방비 등이 포함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은 국방비는 바이든 정부가 요구했던 수준인 3%로 증액하되 다른 항목은 동결하는 쪽으로 타결됐다.

국세청 단속요원 추가채용 예산 삭감

공화당 하원 성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에는 코로나19 부양자금으로 편성됐으나 집행되지 않고 남은 수백억 달러를 회수하고, 국가환경정책법(NEPA)을 개정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규제 완화책이 담겼다.

또한 합의안은 2023 회계연도에 국세청(IRS) 단속요원 신규 채용 예산을 줄이도록 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작년 8월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10년간 80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국세청 단속요원을 8만7천 명 증원한다는 계획을 포함한 바 있다.

이는 단속요원을 대거 늘려, 그동안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해온 탈세 추적을 중산층과 중소기업들에까지 대대적으로 확대해 복지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공화당은 이를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벌이는 국민 쥐어짜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매카시 의장은 올해 1월 하원의장 취임 직후 “우리가 다수당으로 복귀하면 가장 먼저 국세청 단속요원 8만7천 명 채용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합의안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치명적인 바이러스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글로벌 보건기금 예산도 4억 달러 삭감하기로 했다.

아울러 근로 능력을 갖췄지만 푸드 스탬프 등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근로 요건을 강화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 하원 성명에서는 “납세자 세금을 절약하고 미국인들을 다시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성향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의 의회 진보 모임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이날 CNN에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과 부채한도 상향 합의를 위해 양보한 점을 언급하며 “그들은 (합의안 통과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야팔 의원은 “문서화된 정확한 합의안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합의안에 대한 지지 여부는 푸드 스탬프 등 합의안의 세부사항이 어떤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 그룹을 이끄는 맥레인 쿠스터 의원은 “우리 그룹 의원들은 양측의 합의 도달에 고무됐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협상 대표들이 위기를 끝내기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초당적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쿠스터 의원은 “우리는 합의안이 상원과 하원에서 양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의원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민주당 중도파 그룹 소속 의원 99명이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강경 보수 성향의 댄 비숍 하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토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올리고 “무늬만 공화당(RINOS· 라이노스)인 의원들이 4조 달러의 부채한도를 올려주고 거의 얻어낸 것이 없는 매카시를 축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 중도우파 그룹의 회장인 더스티 존스 하원의원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민주당은 얻어낸 것이 없다”며 “놀라운 보수적 성과”라고 높게 평가했다. 존스 의원 그룹에는 7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